▲조계사에서 수배중이던 지난 7월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유성호
오늘로 이곳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지 엿새째를 맞이합니다. 갑작스레 차가워진 날씨속에 모두 무탈하신지요? 이제야 소식전함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인 징역살이는 아니지만, 새로운 공간에 몸도 마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손 편지를 쓰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어서인지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이 손끝에서 선뜻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오후에 운동을 나갔다가 첫눈을 맞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흩날리던 눈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이내 함박눈이 되더군요. 사방이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운동장에 서 있었지만, 첫눈의 감상마저 빼앗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첫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전에 면회를 다녀간 후배가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추워 걱정을 하더군요. 흔히 감옥의 겨울은 바깥보다 더 일찍 온다고들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바닥에 은근한 온기가 들어오는 방안에 앉아 있다 보면, 겨울 징역살이가 고되다는 말도 옛말인 듯싶습니다. 물론 징역살이의 궁색함과 고단함이 어디 가진 않겠지만 말이지요. 겨울 잠자러 들어온 곰 같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려 합니다. 조계사를 나온 이후 많은 분들의 걱정, 기대, 바람과는 달리 다소는 힘없는 모습으로 검거된 점 먼저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작은 부주의함이 동료들과 뜻을 함께하는 많은 분들께 작지 않은 누가 되었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의 신중함과 무거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일 청계광장에 촛불이 처음 밝혀진 이후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고 큰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미쳐 감사하다는 말씀도 다 드리지 못한 것이 또한 마음의 빚이 됩니다. 먼저 극도의 긴장과 누적되는 피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책임과 헌신을 다해준 국민대책회의 상황실 파견자 동지들에게 깊은 신뢰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가장 힘들고 분주했던 시기에 시청광장 현장 상황실을 지켜주신 기형노 국장님, 석건호 국장님, 양민주 선생님, 오평석 동지, 김상민 동지 그리고 자원봉사자분들에게 늦었지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이 없었다면, 72시간 릴레이 농성과 6.10 70만 군중의 감동적인 촛불행진을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광우병대책회의에 참여한 많은 참가단체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중에도 '나눔문화'의 헌신적이고 창조적인 활약에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촛불소녀와 함께한 나눔문화의 활동은 매일 새로운 감동과 영감 그리고 문화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전문가 자문회의의 열성적인 활동에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