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인사들로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현대사 특강' 둘째날인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인창고등학교에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현대정치경제사'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유성호
안 교수는 오늘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정치경제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교양강좌 녹취록'이라고 쓰인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지만 오늘 특강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교재는 아니었다. 특강에는 3학년 1반~4반 학생 100여 명이 '동원됐다'.
안 교수는 강의를 재밌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목소리 톤도 일정했다. 마이크를 이용했으나 세미나실 뒤쪽까지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영상자료도 전무했고 나눠준 유인물은 여백도 거의 없이 앞뒤로 16페이지에 달해 고등학교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웠다. 가끔 "어이 학생~ 영국 시민혁명이 언제야?" "학생~독일에서 민주주의 혁명 있었다는 말 들어봤어?" 등으로 기습 질문을 던졌으나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일부는 꾸벅꾸벅 졸았으며 또 일부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게임을 즐겼고 또 일부는 일찍 퇴장한 뒤 창문을 통해 다른 친구들을 꼬셔 내기도 하는 등 '고딩 교실다운' 분위기가 내내 이어졌다.
[안병직 교수] 냉랭한 반응에도 내재적 발전론과 '캐치업' 열강
안 교수의 강연 내용 중 '뉴스'가 될 만 한 것은 없었다. 말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유인물에 적혀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족해방투쟁을 강조하느냐 프롤레타리아혁명을 강조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공산주의 혁명이 궁극적 목표"라고 주장한 것이 가장 눈에 띌 정도였다.
안 교수는 세계 자본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한편, '내재적 발전론'과 이른바 '캐치 업' 이론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선진국과 손잡아 국가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캐치 업'의 중요성과 함께 그는 줄곧 '선진화' 개념을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내재적 발전을 꾀한 모택동은 실패했고 이른바 개방 개혁 정책으로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은 등소평은 성공한 모델이었다.
안 교수는 학생들에게 두 차례 "난 보수쪽 입장에서 말하지만 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한국 진보 계층 사람들은 근대화의 산물이어서 한국을 아주 소중한 국가로 생각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모두 대한민국은 실패한 역사다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진보세력을 비판했다. "김정일하고 손잡고 새 세상 만들어보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어떤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냐"고 묻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