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자유의 시간 1
.. 우선 학교에서 내 준 숙제를 일요일 밤 정도로 미루어 두면 자유의 시간은 무한해지는 것이다 .. 《폴커 미헐스-학교에서 길들여진 것들》(푸른꿈,1990) 14쪽
“일요일 밤 정도(程度)로”는 “일요일 밤쯤으로”로 다듬습니다. ‘무한(無限)해지는’은 “끝이 없는”으로 다듬어 주고요.
┌ 자유의 시간은 무한해지는 것이다
│
│→ 자유 시간은 끝없어진다
│→ 자유로운 시간은 아주 길어진다
└ …
“자유의 시간”이란 없습니다. “자유 시간”이거나 “자유로운 시간”이 있을 뿐입니다. “자유의 나라” 또한 없어요. “자유 나라”나 “자유로운 나라”가 있어요. “자유의 사상”이 아니라 “자유 사상”이나 “자유로운 사상”입니다. 일본사람들 말투라면 사이에 ‘-의’를 넣지만, 우리들이 쓰는 말투라면 사이에 ‘-의’를 넣지 않습니다.
ㄴ. 자유의 시간 2
.. 아이가 잠이 들면 내겐 금쪽 같은 자유의 시간이 그제서야 생긴다 .. 《장차현실-작은 여자 큰 여자, 사이에 낀 두 남자》(한겨레출판,2008) 90쪽
자유를 지킨다고 해야 할까, 자유를 빛낸다고 해야 할까, 자유를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이러저러한 뜻을 담아 ‘자유의 여신상’이라는 이름으로 커다란 동상이 높이 솟아 있습니다. 비록 이 여신상이 서 있는 나라에서는 석유며 여러 가지 기득권을 지키거나 키우려고 끊임없이 새 무기를 만들고 전쟁을 일으키고 힘여린 나라를 잡아먹는 무역협정을 들이밀고 있다고는 해도.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이 나라에서도 자유를 펼치거나 살리거나 나누지 못하던 정치꾼들이 ‘자유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나도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자유를 지키거나 살리거나 북돋우지 않습니다. 외려 자유를 누르거나 짓밟거나 무너뜨립니다. 우리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나라라고 하지만,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조차 누릴 수 없습니다. 집회와 시위를 할 자유는커녕 노동조합을 꾸리거나 들어갈 자유를 비롯하여, 학생들이 머리를 마음놓고 기를 자유조차 없습니다. 잘못된 학교 행정을 비판하면 말대답을 한다고 윽박지를 뿐더러, 아직까지도 교실 한쪽에서는 몽둥이를 들고 찜질을 하는 교사가 ‘스승의 체벌’이라는 허울을 쓰고 판칩니다.
┌ 자유의 시간 (x)
└ 자유 시간 (o)
하나하나 따지면, 우리가 제대로 누리는 자유란 아주 적습니다. 꼬치꼬치 파고들면, 우리가 알뜰히 펼치는 자유란 몹시 드뭅니다. 일할 자유와 놀 자유, 사랑할 자유와 헤어질 자유, 믿을 자유와 안 믿을 자유, 비판할 자유와 따질 자유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이 자유롭지 못하니 교육이 자유롭지 못하고, 교육이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문화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문화가 자유롭지 못한 곳에 경제가 자유롭지 못하며, 경제가 자유롭지 못한 터전에 정치가 자유롭기란 어렵습니다. 어느 하나 자유가 아름답게 꽃피지 못합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즐겁게 쓸 자유마저도 없습니다. 억지로 영어를 익히고 한자를 배워서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격다짐으로 대학교 졸업장까지는 따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듯 내몰리고 있습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품기란, 넋을 자유롭게 가꾸기란, 믿음을 자유롭게 품기란, 사랑을 자유롭게 나누기란, 이 나라 이 땅에서는 그지없이 어려울 뿐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말이 말다울 자유가 사라지고, 글이 글다울 자유가 스러집니다. 말이 말 대접을 받는 자유는 깃들지 못하고, 글이 글 대접을 받는 자유는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 자유로운 시간
├ 자유가 넘치는 시간
├ 자유를 즐기는 시간
├ 자유를 맛보는 시간
├ 자유를 누리는 시간
├ 자유로이 움직이는 시간
├ 자유로이 노는(일하는) 시간
└ …
자유.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일입니다. 자유. 마음껏 어우러지는 일입니다. 자유.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하는 일입니다. 자유. 거침없이 뛰고 닫고 앉고 서고 움직이는 일입니다. 자유. 울타리를 걷어내고 마음문을 활짝 여는 일입니다.
홀가분하면서 조촐하게 말을 하는 자유입니다. 마음껏 어우러지면서 누구나 수월하게 주고받도록 말을 하는 자유입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할 수 있는 말을 하는 자유요, 배운 이와 못 배운 이 사이에 울타리를 걷어내고 마음문을 활짝 열도록 말을 하는 자유입니다. 거침없이 말을 하되 맞은편을 애틋이 사랑하고 아끼는 자유입니다.
이 모든 자유, 이 모든 말할 자유, 이 모든 말을 하면서 허물이 없도록 하는 자유, 우리 스스로 찾고 가꾸고 일구고 일으켜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토씨 '-의'를 붙이는 "자유의 시간" 꼴로 제법 쓰이는데, 우리는 이와 함께 "자유 시간"이라는 말도 흔히 쓰고 "자유로운 시간" 꼴로도 흔히 씁니다.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쓸 수 있는 말투인지, 여러모로 잘 쓰고 있는 말투와 함께 얄궂게 쓰는 말투가 하나 끼어들면서 우리 말씨를 어지럽히는지를 헤아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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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8 19:0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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