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강요된 사상교육은 언젠가 버림받는다

등록 2008.11.29 15:43수정 2008.11.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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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된다. 그땐 1983년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국권을 유린하던 시대였다. 윤리시간만 되면 전두환 찬양과 함께 그해 12월 3일 부산 다대포에서 벌어진 남파간첩선 격침 때문에 연일 간첩 신고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굳게 믿었고, 빨갱이를 잡는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첩을 신고하거나, 잡으면 평생 먹고 살 넉넉한 벌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내려보낸 간첩을 잡는 것은 나라에는 충성하는 것이었고, 부모님에게는 엄청난 경제적인 부를 안겨주는 효도였다.

북한의 간첩선 남파는 우리나라를 침범하는 행위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내 앞에 지금이라도 일어난다면 신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얼마 전 오송회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조작된 간첩사건을 경험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전복하는 진짜 간첩이 아니라 정통성 없는 군사독재 정권을 위해 싸운 이들을 빨갱이와 간첩으로 몰아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 많았다.

40대를 넘긴 중년들은 이런 조작된 간첩사건과 함께 사상 통제를 받았다. 독재정권을 비판한다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한 간첩으로 낙인 찍힌 이들이 많았다. 겉으로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는 일이지만 알맹이는 독재자를 위한 일이다.

강요와 통제를 통하여 자유로운 사상과 이념 자체를 가지지 못하게 하였다. 강요된 사상과 다양성이 사라져버린 사회와 국가는 사람이 호흡할 수 없다. 꽉막힌 공간에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질식하듯이 하나의 사상과 이념으로 통제하는 사회와 국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을 만들려는 일이 또 다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교육'이라는 이름로. 자율이라하지만 극우이념만을 주입시키려고 전화와 공문까지 보내고 있다.


강요는 자율이 아니라 타율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마저 박탈하면서 아이들에게 획일화된 사상과 이념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변하는 이들을 초청하여 3억원이라는 예산까지 편성하여 강요하고 있다.

강요된 사상, 타율로 들은 사상 교육은 생명이 길지 못하다. 내 경험상 그렇다. 고등학교 때까지 받은 독재찬양과 획일화된 사상 교육은 대학을 들어간 지 1년만에 처참히 무너졌다. 그 사상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강요된 사상이 내 의식을 지배하는 것만큼 나를 비참하게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고민하고, 싸워서 얻은 사상과 이념이야 말로 진정한 자기 사상인데 우리는 겨우 대학에 가서야 자기 사상을 조금씩 배웠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안타까움을 우리 미래시대는 결코 경험해서는 안 되지만 또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하나의 이념만 절대 진리로 가르치려는 시도가 벌어지는 상황은 사상과 이념이 빙하기로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세뇌 교육을 받은 기분이라는 한 학생의 강변은 무엇을 뜻하는가? 제 생각은 다른데라고 말하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유민주주의를 심어주고, 특정 이념을 아이들이 갖기를 원한다면 자율에 맞겨라. 스스로 깨우치고, 배우도록 내버려 두어라. 아이들에게 맡긴다고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는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저항했다고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사상과 생각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며,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했다. 독재에 굴복하고, 민주주의를 위하여 저항하지 않는 일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대한민국은 박정희 군사독재 경제 정책만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개발독재 경제 정책으로 희생당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하여 독재권력에 저항한 수많은 이들 때문에 이만큼 발전했다.

다문화 시대이다. 다문화는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문화를 말한다. 강요된 사상 교육은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을 양성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교육정책이다.
#현대사특강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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