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획자들. 전쟁을 기획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 저자의 대답은명료하다. 결국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자본 때문이란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미국이 이라크전에 3조 달러를 투입해가면서까지 열을 올리는 것은 이라크에 친미정권을 세워 이란을 견제하려는 목적 외에도 석유 자원을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이야기 역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누구나 다 아는 이 이야기, 즉, ‘시장을 위한 전쟁’이라는 명제는 너무 고전적이고 당연한 이치로 받아지고 있다. 부족한 자원과 식량, 생존을 위한 영토전쟁의 역사를 무수히 많이 알고 있지 않은가.
전쟁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도구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당연한 명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이념 전쟁의 20세기를 지나면서 ‘전쟁=냉전’이라는 시각을 은연중에 갖게 되었고, 이러한 시각이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전쟁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수 천 년 인류의 역사에서 이념전쟁의 시대는 극히 예외적인 짧은 기간에 불과했다는 것. 전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자 했던 인간의 본능, ‘전쟁두뇌’들의 활약상이 커다른 연속선을 그리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하나의 핵심이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두뇌들의 활약상을 역사의 연속성 속에서 그리고 있다. 즉 과거와 현재의 전쟁이 얼마나 비슷한 계기로 촉발되어 유사한 원리로 전개되었는지를 세밀하게 분석, 묘사함으로써 우리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수나라의 ‘비단’ vs. 미국의 ‘달러’
AD 6세기 중원의 제왕 수나라는 비단을 통해 세계 무역을 이끈 초강대국이었다. 수는 비단의 흐름을 방해하는 주변나라들을 정복했다. 중국 비단의 원활한 유통은 실크로드를 장악할 수 있는 수나라의 무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1971년 금본위제가 종식된 후 달러화의 가치가 아브람스 탱크, F16 전투기, 핵무기로 뒷받침되던 상황과 유사하다. 1990년대 미국은 자유시장 개혁, 사유화, 달러 민주화라는 ‘복음’으로 무장하고 자본 이동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달러를 가득 실은 글로벌호는 전세계를 순항하며 달러를 세계 공통의 화폐로까지 지위를 상승시켰다.
승승장구하던 수나라는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연달아 패배하게 된다. 그러자 수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증명되었고 고구려 침공에 많은 물자와 노역을 부담한 하북에 반란의 기운이 무르익었다. 결국 수나라는 망했다. 미국의 패권이 약해진 것을 직감한 이란이 석유수출 대금을 유로화로 받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시리아-베네수엘라도 호응하고 있다. 20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미국의 지배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례를 실감나게 기술하고 있는 <전쟁 기획자들>은 연개소문의 구테타 사주에서부터 빈라덴의 반란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를 서로 밀접하게 연관시켜 읽어내면서, 전쟁은 반드시 시장 때문에, 시장 위에서, 시장을 향해 움직인다는 점을 강력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더 이상 ‘민주주의’나 ‘평화’를 위한 전쟁은 없다. 우리는 ‘명분’을 내세운 전쟁, 그 이면에 깔린 자본과 권력의 논리를 면밀히 파악하여 스스로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쟁기획자들 - 불가능한 시장을 만들어낸 사람들
서영교 지음,
글항아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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