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로 촉발된 국내 경기침체는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물가와 가계대출 금리의 고공 행진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돈 쓸 곳은 늘어난 반면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이나 주식·펀드 등 자산 가치의 하락은 졸라 맨 허리띠를 더욱 조르게 만들고 있다.
무직가구 1년만에 13만명 늘고, 엥겔계수 4년만에 상승
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 중 가구주가 직업이 없는 가구의 비율이 16.13%로, 일곱 가구 가운데 한 곳은 가구주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5.57%)에 비해 0.5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년만에 무직가구의 수가 13만3000 가구 가량 늘어난 것이다.
3분기 고용률 역시 올해 61.8%로 지난해 62.1%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고용 부진은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졌고, 상용 근로자의 경우 실질임금이 7년만에 처음 하락세를 보였다. 임시·일용 근로자 비율도 작년 3분기보다 9.2%포인트나 떨어져,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가속화 할 전망이다.
피폐해진 서민경제는 엥겔계수(Engel's coefficient, 가계의 총지출액 중 식료품비의 비중)로도 읽을 수 있다. 물가가 상승한 반면 소득이 줄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지만, 필수품인 식료품비는 더 이상 줄이기 힘들기 때문에 엥겔계수는 상승한다.
3분기 기준 전국 가구의 엥겔계수는 26.7%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9%포인트 높아졌다. 2003년 27.98%에서 2004년 28.81%로 상승한 뒤, 2005년 27.27%, 2006년 26.27%, 2007년 26.11%로 3년 연속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
실제 3분기 전국가구의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가구가사(8.3%), 주거비(5.9%), 보건의료(5.5%), 식료품(5.3%) 등 꼭 써야하는 의식주 관련 지출은 늘었다. 그러나 교양오락(-7.3%), 의류신발(-1.5%), 통신비(-1.8%) 등 문화생활이나 필수품목이 아닌 지출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 최대 유통키워드는 '불황'... 재봉틀 등 '리폼상품' 인기
불황의 한파는 유통업계에도 몰아닥쳤다. 가계가 식료품 등 필수지출 외에는 소비를 줄이면서 옷이나 구두 등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수선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오픈마켓인 옥션에서 11월 21일부터 27일까지 총 24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중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유통 키워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총 응답자의 42%가 '불황'이라고 답했다. '불황'이 올해 최고의 유통키워드가 된 가운데, 광우병(34%), 멜라민(16%), 친환경(5%), DIY(3%)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옥션 히트상품 20' 중에서 옷이나 구두 등을 수선하는 재봉틀, 밑창관리제품 등 '리폼상품'이 총 12만5000개가 팔려 히트상품 1위에 올랐다. 이외에 불황과 연관된 라면, 등산화, 대용량 세제 및 섬유유연제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불황 대표상품인 라면(10만박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10%나 판매량이 급증했고,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줄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산이 인기를 끌면서 등산화 판매량(9만켤레)이 저가 상품 위주로 상승했다.
사교육비 부담에 대한 반발로 홈스쿨링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이들에게 쉽게 한글이나 영어, 숫자를 가르칠 수 있는 '한글/영어/숫자카드'(5위, 8만5000개)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그밖에 '광우병 쓰나미'가 올 상반기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한우(15위, 5만8000세트)가 큰 인기를 얻었다.
패션에서도 불황의 여파로 인해 '복고' 바람이 거셌고, 기능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불황형 IT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몰렸다고 한다. 최문석 옥션 마케팅실 상무는 "백화점, 할인점에 비해 국내 경기에 더욱 민감한 온라인의 특성상 유행을 반영하는 제품들이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CEO 절반 "잠이 줄었다"... 근무시간, 화, 신경질은 '늘어'
불황은 가계 소비를 얼어붙게 할 뿐만 아니라 기업 CEO들의 수면 시간과 쉬는 시간까지 빼앗아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 교육기관인 세계경영연구원은 지난 11월 26일부터 3일간 국내기업 CEO 117명을 대상으로 '불황으로…달라지셨습니까?'라는 주제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세계경영연구원 글로벌 스탠다드 리뷰에 따르면, CEO 절반 가량(45%)은 올 하반기 이래로 '잠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크게 줄었다'(4%)와 '다소 줄었다'(41%)를 더한 수치다.
주말에 쉬는 시간이 줄은 경우도 전체의 1/3 수준인 36%에 달했다. 반면 CEO들의 근무시간은 늘어났고(34%), 직원이나 가족 등을 대상으로 신경질을 내는 빈도는 높아졌다(직원 대상 29%, 가족 등 주변인 대상 28%).
CEO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상당히 높아졌다. 83%의 CEO들이 이전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다고 답했다. 불황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해서 음주량까지 늘어난 것은 아니다. 47%는 '이전과 비슷하다'고 답했고, 이전에 비해 '늘었다'는 27%(크게 늘었다 4%, 다소 늘었다 23%), '줄었다'는 23%(다소 줄었다 18%, 크게 줄었다 5%)로 나타났다.
CEO 3명 중 1명꼴은 이전에 비해 더 많이 일하고 적게 쉬며 화와 신경질이 늘어나는 등 불황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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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13:2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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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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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광우병-멜라민 중 올해 최고 유통 키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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