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림치 걸어가는 길. 작은애 곰모자. 산행내내 등산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전용호
"어떻게 4㎞를 걸어 가냐고요?""우리 다리 튼튼하게 해서 부려 먹으려고.""성두마을까지 안가고 고개에서 산으로 올라갈 거야."요즘 개그프로에 유행하는 말투에 한바탕 웃어본다. 뒤로 돌아보는 대율마을이 아름답게 내려보인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올라온 율림치는 커다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비닐천막을 덮고 있는 작은 가게 하나. 가게에서는 겨울에 제철인 굴구이가 익어가고 있다.
따뜻한 햇살과 바다가 어우러진 겨울산어제는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었다. 밭에 가서 김장할 배추며 무를 뽑는데 너무 추웠다. 덕분에 오늘은 쨍한 하늘에 너무나 포근하다. 산길로 들어서니 햇살을 가득 받은 억새며 앙상한 가지들은 따스하게 다가온다.
산에 가면 추울 거라고 잔뜩 껴입고 왔는데, 애들은 겉옷을 다 벗어버린다. 낙엽이 져버린 산길은 햇살이 그대로 스며들어 따뜻하기만 하다. 봄나들이 가듯이 경쾌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오르막을 잠시 오르니 금오산(金鰲山, 323m) 정상 표지가 보인다. 밋밋하다. 정상 같지 않은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