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육훈 태릉고 교사 "어제 경기도교육청에서 금성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장들만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이후 교장선생님이 '교과서 안 바꾸면 교육청에서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한다, 제발 바꾸자'고 교사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교과서 교체가 자발적이 아니라 교육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손석희 "이게 교과부 지시에 따른 것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김육훈 교사 "부산에서 역사교사들이 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 고위직에 있는 분들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분들이 '교육과학부 때문에 미치겠다, 도와 달라'고 이야기했다. 녹취록도 제공할 수 있다."
심은석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정책국장 : "허허허…."
4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뿐 아니라 자율적이어야 할 일선 학교의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를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교과부 담당 국장은 어이없다는 듯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전교조'를 들먹이며 맞불을 놨다. 신 의원은 "전교조 조합원이 20명 있는 서울의 한 고교에서 전교조 교사가 교장을 찾아가 금성교과서 바꾸면 전교조 서울지부에 연락해서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이 학교장을 압박하는 경우뿐 아니라 전교조가 학교장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쟁점① : 높은 금성교과서 채택률] "전교조 때문" vs. "유용한 교육자료"
'전교조'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자 지루했던 토론이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육훈 교사는 "지역별로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비율을 보면 전교조 가입률이 가장 낮은 대전지역이 61.6%로 가장 높고 오히려 전교조 가입률이 가장 높은 광주·전남·전북은 채택률이 낮다"며 "전국 고등학교의 51%가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것은 좌파 쪽 학자가 만든 교과서를 전교조가 밀어서가 아니고 교육 자료로서 유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금성교과서 대표집필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도 "이 자료는 조갑제닷컴에서 조사한 것인데 이 보수매체에서도 전교조와 금성교과서 채택은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지호 의원은 전교조를 "시끄러운 소수"라고 칭하며 반론을 폈다. 신 의원은 "전교조 가입률이 17%인 것은 맞지만 침묵하는 다수보다 시끄러운 소수가 (교과서 선정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게 돼 있다"며 "학교운영위에서 금성교과서의 문제를 모르고 선택할 수 있는데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난 마당에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더 큰 반발을 샀다. 김한종 교수는 "전교조와 금성교과서 채택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조갑제닷컴의 조사 결과인데 신 의원은 전혀 다른 답변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육훈 교사도 "교사들은 교과서를 선정할 때 면밀히 검토한 후 개별적으로 평가표를 작성해 학운위에 제출하게 돼 있다"며 "신 의원의 발언은 전체 역사교사들이 소수에게 휘둘리는 바보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쟁점② : 금성교과서 내용] "친북·반대한민국" vs. "전체를 읽고 판단하라"
논쟁은 금성교과서 내용 자체로 옮아갔다. 지금까지 수차례 교과서 내용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 왔음에도 이날 논쟁도 평행선을 달렸다.
신 의원은 "현재 북한의 식량난을 가져온 해방 후의 '무상몰수 무상분배' 토지개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서술을 하고 대한민국의 농지개혁에 대해서는 할퀴는 표현을 쓴 게 바로 반대한민국"이라며 "6·25 때 국군의 양민 학살은 4줄, 인민군의 양민 학살은 1줄만 쓴 게 대한민국 교과서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한종 교수는 "남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서는 협동농장의 생산성 저하 문제까지 포함해 2페이지에 걸쳐 양쪽의 관점을 모두 써놓았으니 모두 읽고 과연 그런 내용이었는지 판단을 하라"며 "양민 학살 문제도 국군의 경우 이미 잘 알려진 거창·노근리·보도연맹 학살을 다뤘지만, 북한군의 경우 그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전형무소 학살을 다뤄 단순히 숫자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 내용 중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를 설명한 구절을 인용한 후 "이렇게 한 구절씩만 빼내면 뉴라이트 교과서도 금성교과서보다 더 친북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논객도 김한종 교수에게 교과서 내용에 관해 문제제기를 했다. 대학생 김미나씨는 "고등학교 때 반미성향에 박정희 정권을 혐오하던 선생님에게 일방적인 역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생각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지 않고 한 가지 시각만을 가르치는 것은 위험한 일 아니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그 말에 동의한다"며 "그래서 교과서를 보면 어느 한쪽의 주장만 실어 놓지 않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양쪽 자료를 모두 제시하고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쟁점③ : 현대사 특강] "문제 바로잡는 해독제" vs. "일방적인 경험 전달은 문제"
우편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현대사 특강에 대해서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신지호 의원은 "한 여론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35%가 6·25를 대한민국이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금성교과서와 같은 반대한민국 교과서 때문"이라며 "(금성교과서를 들면서) 이런 것을 읽어서 육사생도도 문제가 생기고 사법시험 합격자도 국가관에 잘못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사 특강은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일종의 해독제"라며 "반대한민국 교육을 할 자유는 있고 대한민국에 대해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을 할 자유는 없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육훈 교사는 "교육청이 선정한 강사를 보면 역사 논문 한 편 쓴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금성교과서의 한 단어·한 구절까지 문제 삼는 사람들이 역사 교육을 하면서 자기 경험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신지호 의원은 정권이 교체됐으니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금성교과서가 문제되지 않은 것은 그 내용이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의식과 흡사했기 때문"라며 "선진화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에서 교과부의 방침이 바뀐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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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11: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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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과부, 교과서 교체 압박" 신지호 "전교조, 학교 쑥대밭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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