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도 엄마란 존재가 필요합니다

소설가 신경숙의 저자 낭독회에 다녀와서

등록 2008.12.05 10:52수정 2008.12.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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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자 낭독회 참석기

저자 낭독회 참석기 ⓒ 신현정

저자 낭독회 참석기 ⓒ 신현정

<깊은 슬픔>, <외딴방>의 작가, 소설가 신경숙의 저자 낭독회에 다녀왔습니다.  장편 <엄마를 부탁해>의 출간을 기념한 소설 낭독 및 팬과의 만남의 자리였답니다.

 

사실, 소설가 신경숙씨의 팬도 아니고(사석에서는 그저 내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구 그녀의 소설들을 씹어대기도 하는 오만한 금드리댁ㅠㅠ), 손에 들어온 책도 일부러 피하며 읽지 않은 상태였지만 오로지 외국영화나 미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저자 낭독회에 참석하겠다는 일념으로 홍대 근처의  작은 카페로 향했습니다.

 

a  낭독회 시작 전에도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들

낭독회 시작 전에도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들 ⓒ 신현정

낭독회 시작 전에도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들 ⓒ 신현정

시간이 한 15년 쯤 전으로 멈춰진 것 같은 카페에는 낭독회 20여 분전에도 벌써 30 여명 정도가 같은 책을 펴고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는 커피 등의 음료를 주변의 반가격에 판매하고 있었구요(첨엔 공짠줄 알고 좋아했다는.ㅎㅎ.) '감수성 충만한 여자분들 50 명 이랑 같이 모여있다 오겠네'라는 제 예상과는 다르게 열혈 독서 마니아 혹은 신경숙씨 광팬으로 보인는 남자분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a  낭독중인 신경숙 작가

낭독중인 신경숙 작가 ⓒ 신현정

낭독중인 신경숙 작가 ⓒ 신현정

커피향 가득한 주변을 둘러보고 늦은 저녁시간에는 '커피는 안돼!'이러면서 병맥주 ㅠㅠ 들고 구석 좋은 자리에 콕 박혀있었드랬습니다.낭독 내내 책에 빠져 있었던 분들, 책이 없었던 저는(아마도 유일하게 책없이 낭독회에 참여한, 그래서 유일하게 저자 사인 못받은 ㅠㅠ) 그래서 더 작가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답니다. 사실, 한켠에서 판매하는 소설을 사서 작가의 사인을 받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이상한데서 제가 오기 좀 부립니다ㅠㅠ)

 

 제게 신경숙이란 작가는 양귀자, 공지영등의 여성 작가들과 더불어 여성주의 작가로 뭉뚱그려진 무리의 한 사람으로 누구나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미화시켜 그저 눈물을 짜대어 울고싶은 사춘기시절에나(사춘기시절에만) 기댈 수 있는 그런 작가였거든요.

 

특히나 애매모호한 그녀의 소설속의 결말들과 우중충한 그녀의 반복되는 배경들을 한때는 치떨리게 싫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가와의 대화시간에 어느정도 그런 제 편견에 대한 작가의 변, 내지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잘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직접들은 그녀의 말을 통해서 자신의 감성과 능력을 그저 시대를 거쳐 여성주의작가로 규정되고 또 그 규정에 잘 맞지 않는다하여 나름 상처받았을 여자 신경숙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직업정신 투철한 소설가가 되어 사회적 책임을 문학적으로 지겠다는 뜻을 내비친걸까요?사춘기 소녀처럼 '까뮈'를 인용하고,'생채기 난 소설을 많이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독자의 질문에도 자신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으며 즐거울 때가 많은 사람'이라고 현명하게 대답하던 작가 신경숙. 왜 시를 쓰지 않고 소설을 쓰게되었느냐는 한 독자의 질문에도 '존경하는 선생님이 소설을 쓰라고 했기때문이고 '그가 만약 '시를 쓰라고 했다면 시를 썼을 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인간적인 대답들에서 소설가 신경숙이 아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신경숙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a  저자 낭독회 체험기

저자 낭독회 체험기 ⓒ 신현정

저자 낭독회 체험기 ⓒ 신현정

 

무엇보다 책속의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그녀의 낮은 저음의 목소리와  간간이 끊어지는 투박한 말투는  그녀의 문장을  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 하여 무시했던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작가는 말했습니다.

 

"시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문학 속 아버지의 존재는 퇴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소설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작가로서의 사회적 책임감, 문학적 책임감, 엄마라는 존재를 문학, 예술의 한 소재로 자리잡게 하고 싶다는 예술가의 욕심, 그런 것들 때문에 소설이 탄생했다는 말을 한 작가가 바로 '여리고 여성스럽기만 해서 힘없이 가냘픈' 신경숙표 주인공들을 내세웠던 소설가 신경숙이라니 저는 사실 조금 놀랬고 기분 좋았습니다.

 

a  낭독에 열중하고 있는 참석객들

낭독에 열중하고 있는 참석객들 ⓒ 신현정

낭독에 열중하고 있는 참석객들 ⓒ 신현정

 

그녀의 낭독회와 독자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습니다. 늦은 7시가 넘어서 시작된 시간이 10시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어머니'란 단어를 '엄마'라고 바꾸었을 때 소설이, 비로소 글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엄마'는 '잃어버리면'안 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엄마에게도 '엄마'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요?

작품 속에서처럼 엄마를 잃어버리는 식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어느덧 저는 엄마라는 단어에서 반가운 마음과 눈물을 함께 찾게 되는 나이가  되었네요. 아마도 다들 그렇겠지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http://silverspoon.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2.05 10:5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http://silverspoon.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 2008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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