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12.07 13:55수정 2008.12.07 14:41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겨울철 사고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화재사고입니다. 소방방재청이 지난 12월 2일 발표한 <2007 재난연감>에 따르면 작년에 발생한 재난사고 중 화재는 4만7882건으로 17.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공식 집계된 것만 해도 2천5백억원에 이릅니다.
우리 주변은 화재사고에 안전할까요? 그래서 겨울철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주말 제가 사는 분당 단독주택가를 돌아보니 소방차도 진입하지 못할 만큼 진입 도로는 주차된 차량으로 꽉 막혀서 불이 나면 그냥 서서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경기도 성남 분당을 흔히 계획도시라고 합니다. 잘 발달한 도로망과 아파트 동간 거리도 넓고, 소방도로 또한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자동 단독주택가입니다. 분당 어느 곳이든 아파트촌 바로 옆에는 단독주택가가 있습니다. 이곳은 주로 3층으로 지어진 주택들인데, 보통 한 주택당 지하까지 포함해서 3~4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으로 인해 주택가 진입도로는 항상 2중, 3중으로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형편입니다. (아래 사진)
소방차의 폭은 2.37m입니다. 그런데 주택가 도로는 편도 1차선으로 잘 갖춰져 있지만, 그 폭은 주민들의 차량 주차로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정도(약 2m)입니다. 그러니까 불이 날 경우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분당 수내동 119센터를 방문해 봤습니다. 정수근 소방관은 "겨울철 화재발생에 대비해 매일 2~3차례씩 소방통로 확보를 위해 순찰을 돌고 있다"며, 주민들 차량 때문에 실질적으로 화재가 날 경우 진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불이 나면 뾰족한 대책은 현재로서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소방차는 공중으로 날아서 들어가야 하나요?
그런데 같은 분당이라도 인접한 수내동 단독주택가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수내동은 성남시에서 운용하는 공용주차장이 있어서 주택가 진입도로에 2~3중 주차는 하지 않았습니다.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곳 공용주차장은 한 달에 5만원(야간주차)만 내면 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 주차장을 많이 이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가 진입도로에 숨통이 트여 있습니다.
성남시에는 성남소방서와 분당소방서가 있습니다. 분당소방서는 소방직이 160명 근무하고 있고 소방차 등 장비가 35대 있습니다. 분당소방서 예하의 수내동 119센터가 수내동, 정자동의 아파트와 단독 주택단지를 관할하고 있는데, 근무인원은 16명인데 주민수는 11만여 명에 달합니다.
계획도시라는 분당도 이런 상황인데, 구시가지로 불리는 성남시 중원구, 수정구는 어떨까요? 구시가지는 1960년대 후반 이후 서울시의 무허가 건물 정비에 따라 성남에 철거민 주택단지 조성사업이 시작되고 판자촌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생긴 동네이기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더 어렵습니다.
정부는 대형화재가 날 때마다 소방대책을 서둘러 발표하지만 실제로 서민들이 화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가난한 서민들은 화재조차도 보호받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같은 분당이라도 아파트촌은 소방도로가 넓직하게 나 있지만,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단독주택 단지는 실질적인 소방대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를 보면서 우리 주변을 돌아보니 이렇게 화재사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화마 위험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Daum)에도 송고되었습니다.
2008.12.07 13:5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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