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도 바닷가에서 회맛을 보다.
김대홍
미륵도 주변에도 섬이 가득하다. 하긴 150여 개에 이르는 섬이 둘러싸고 있으니. 그래서 미륵도 주변 바다는 수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은 잔잔하다.
산과 바다가 잘 조화를 이뤘다. 아쉬운 점은 갓길이 거의 없다는 점. 한밤에 미륵도를 돌았는데, 자동차가 다가올 때마다 피할 곳이 없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함께 간 형은 언덕이 너무 많아 입에 거품을 물었다. 작은 섬이지만 섬 최고봉이 해발 461m나 된다. "자전거 여행"이 싫다며 원망이 가득하다.
미륵도 동쪽 일부분에는 자전거와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전용도로가 바다 바로 옆에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보는 바다 경치가 꽤 괜찮다. 자전거를 빌려준다. 전용도로 길이가 대략 2.2km 정도다. 전용도로 옆 산은 종현산(마파산)이다.
미륵도 일주가 거의 끝나가는 가운데 회시장이 나타난다. 바다에 왔는데 회맛을 안 볼 수 없다. 시장에서 한 마리를 떠서 바닷가에 자리를 잡았다. 바닷바람이 싸늘하다. 둘은 반팔 차림. 부들부들 떨던 형이 비닐로 팔을 감싼다.
구멍가게? 아니죠. 통영서 제일 전망 좋은 태인카페죠통영에 가면 동피랑(동쪽+벼랑)에 꼭 가볼 일이다. 달동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엿볼 수 있다.
'달동네'란 말은 신조어다. 산동네, 빈민가 같은 말로 불렸다. 1980년부터 1981년까지 TBC와 K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달동네>가 원조다. 서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본 작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달'이라는 이미지를 붙였다.
예로부터 달을 좋아하던 우리나라 사람들 아닌가. 시성 이태백이 달을 따러 들어갔다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술 잔 속에 달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을 만큼 달은 낭만을 상징한다. 그런 낭만을 가난하고 마음 따뜻한 그네들에게 바쳤다.
당시 드라마엔 세무서에서 과장으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김과장(이낙훈)·강부자 부부와 함께 여러 인물들이 나왔다. 특히 세입자 마영달(추송웅)·서승현 부부네 딸 똑순이(김민희) 인기는 대단했다.
신혼부부로 노주현·이미숙이 나왔고, 장미희는 식모로 나왔다. 가전제품 수리공인 김인문은 20살이나 어린 양양순(장미희)를 사랑했다. 양순이가 식모살이하는 집 앞에서 밤마다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틀었다. 양순은 권투선수를 사랑했고, 권투선수는 사모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당시 '창밖의 여자'는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 통폐합 이전까지 <동아일보>가 운영하던 라디오 방송국 DBS 라디오 연속극 주제가가 '창밖의 여자'. 1980년 TBC 가요대상에서 드라마 주제가상 수상. 가요톱텐에서 7주가량 1위를 차지했다.
<달동네>에서 시작한 달동네 드라마는 <사랑과 야망>, <서울의 달>을 거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옛일이 돼 버렸다. 동피랑 방문은 사라지고 철거돼야 할 달동네가 아니라 앞으로도 살아남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