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청소년이라고 부르는 10대가 있다. 사람들이 흔히 '문제아'라는 딱지는 붙이는 녀석들이다. 그렇지만 춤추는방과후배움터 김종성 교사는 다르게 본다. 위기청소년은 '마을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관계가 부재한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 학생들이 '위기 청소년'이다. 특히나 도시에서는 마을 공동체가 철저하게 해체되었기 때문에, 더욱 청소년은 위기일 수밖에.
빈곤, 이혼 등 가족 문제로 청소년이 방치된다고 언론에서 떠든다. 이런 언론 보도에는 전제가 있다. 아이는 가정이 책임지는 것이고, 피치 못할 경우나 국가가 나선다는 논리다. 함께 사는 이웃은 쏙 빠졌다.
언제 우리가 아이를 가정 안에서만 키웠나. 예로부터 아이는 마을이 함께 키웠다. 마을 어른들이 버릇없는 아이를 지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요즘 마을엔 청소년이 없다. 과외하고 학원에서 산다. 대낮에 교복 입은 녀석이 보이면 어른들은 분명 '불량'이라고 의심한다. 지옥 같은 입시 전쟁에서 버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분명히 있다. 그들을 마냥 나무랄 일이 아니다. 건강한 관계를 맺고, 꿈을 심어주고,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워줄 '마을'과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으로 생명평화연대는 '평화학교' 문을 열었다. 평화라는 게 별 거 아니다. 그저 나와 이웃을 잘 발견하고, 호흡을 한번 가다듬어 되돌아 볼 수 있는 틈을 찾을 수 있다면 평화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과 학생, 교육과정과 목표를 선명하게 구분하기보다는 좋은 친구가 되며 서로 배우는 만남의 장을 학교라 부를 수 있겠다. 구자욱 총무(생명평화연대) 설명이다.
평화학교는 봄․가을마다 열려 이번이 세 번째다. 10월 22일부터 11월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방과후 다섯 차례 청소년들과 동네 형님들이 만났다. 인수중학교 1학년 9명이 참여했고, 구자욱 총무와 고영준 청소년교육담당, 김종성 교사가 참여했다.
세 시간 정도를 몸놀이․백분토론․일기쓰기․체육활동․영화보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사실 프로그램보다는 만나면서 서로가 무슨 꿈을 꾸고,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마음 깊숙이 박힌 응어리와 고민은 뭔지 꺼내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 게 좋았다. 조금씩 정말 조금씩 마음문이 열리면서 '아저씨'들은 멘토(스승이자 조언자)가 되어갔고, 위기청소년들은 가능성을 품은 살아 있는 청소년이 되어 갔다. 그렇지만 평화학교는 계기일 뿐이다. 마을에서 오가며 삶을 나누고 건강한 미래를 열어가는 좋은 동반자가 되는 이웃으로 사는 게 과제다. 여러분도 마을에서 '어슬렁'거리는 청소년을 보거든 '불량'이 아닌 살아있는 '희망'으로 봐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수동 마을신문 <아름다운 마을>에도 실렸습니다.
2008.12.08 19:3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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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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