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관 민영화하면서 왜 모금은 관치로?
 연간 수천억 배분권 뉴라이트에 주려는 의도"

[인터뷰] 정부 압력 받아 사퇴한 신필균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등록 2008.12.12 14:07수정 2008.12.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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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오다 지난 4일 사직서를 제출한 신필균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오다 지난 4일 사직서를 제출한 신필균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권우성

"정부 말 잘 듣는 사람을 임명하고 싶은 게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복지부의 정치행위다. 사퇴요구 한 공무원이 누군지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했는데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복지부 스스로 알 것이다. 과거경력 들먹이며 정치행보 운운하는 것은 인신공격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걸 끌어들이는 것도 연좌제적 발상이다."

신필균(61)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서 발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전면개정법률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서다. 

신 총장은 사직서를 통해 "이 법안은 모금회 설립취지는 물론 한국사회에서 모금회의 역할과 기능을 크게 훼손하고 민간 자율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기부문화를 후퇴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신 총장의 뜻을 받아 사직서를 수용했다. 지난 4월 이후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사퇴압력을 받아오던 신 총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앞으로 인신이 자유로워지면 손숙미 법안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민간 기부문화 활성화를 저해하는 행위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 총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7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퇴압력'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도 아닌 민간모금단체 사무총장에 대해서까지 '신정부 수립에 따른 산하기관장 교체추진'을 요구했다"며 "복지부 정책관이 모금회 경영기획팀장을 직접 찾아와 '모금회도 교체대상'이라고 밝히는 데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신 총장은 또 "복지부가 공동모금회 인사에 관여한 적도 없고 관여할 이유도 없다고 밝힌 데 대해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이미 공동모금회 내부 분과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주지의 사실'이 돼버린 복지부의 사퇴압력에 대해 스스로 모른다고 발뺌한다면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무엇보다 신 총장은 "이세중 회장까지도 '모금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무총장이 결단해달라'고 했다"면서 "사무총장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 부인의 명예회장 수락지연과 모금활동이 부진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는데 그 모두가 거짓말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신 총장은 "1970년대 기부금 모집행위를 규제해오던 정부가 97년말 기부문화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에 모금활동을 맡겼다"며 "이명박 정부가 10년만에 이 취지를 거슬러 직접 배분권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왜 풀뿌리 기부문화를 간섭하고 통제하려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복지부는 민간모금기관인 공동모금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멈춰야 한다"며 "최영희 민주당 의원의 지적처럼 정부가 모금회 배분권을 뉴라이트그룹에 주려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11일 신 총장과 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다른 기관들 민영화하면서, 왜 모금은 관치로 하나"

- 9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가 남았는데 돌연 사의를 표명한 까닭은 무엇인가.
"최근 사직서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전면 개정안 때문이다.

법안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정부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좌우하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둘째,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다고 하지만 저해하는 내용이 있다. 이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 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모금회 사무총장 자격으로는 법 반대운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신분에서 이 법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 손숙미 법안에 따르면 '전문모금기관협회'가 신설되는데 이 협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실제 일부 복지학자들이 그 점을 우려한다. 법률안에는 전문모금기관을 심의하는 기관이 있고 전문모금기관협회도 있다. 이 협회와 기관에서 일하는 운영위원·이사들을 전부 정부가 지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모금은 일선 기관이 하고 배분 권한은 정부가 갖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풀뿌리 모금을 통해 소규모로 복지사업을 하는 기관들이 정말 어려움에 처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 현행 공동모금회법은 1997년 YS정부 말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가 '국민의 자발적 성금에 대한 정부 통제와 권리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만들었다.
"공동모금회법 1조에 따르면, '공동모금회는 민간의 복지적 이해를 증진시키고 참여를 유도해 모금하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 운영한다'고 돼 있다. 민간 주도의 중요성을 담기 위해 법 1조에 이 내용을 넣은 것이다. 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꼭 10년 되는 해인데 이명박 정부는 이 취지를 (거슬러)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거다.

복지부는 공동모금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독점적 모금방식의 문제점을 열거하면서 복수화 하겠다고 하는데 그 목적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잘 봐야 한다. 일단 모금회는 지난해 모두 2700억원 정도 모금했다. 지난 10년간 1조4천억원 이상을 모았다. 공동모금회는 예산이 많은 기관이다. 따라서 돈 욕심이 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배분을 정부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의도가 크다고 본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공동모금회의 배분권을 뉴라이트 그룹에 주려는 게 아니냐고 문제 제기한 바 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권우성
- 민간모금단체에서 모은 기부금을 정부가 직접 배분하는 나라가 있나.
"세계에 그런 나라는 없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기관을 비롯해 모든 걸 민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왜 이미 민간조직으로 잘 자리 잡은 민간모금조직을 과거로 돌리려 하는지 모르겠다.

특별법으로 정해진 독점적 모금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보완하면 될 것을 왜 전면 개정하려는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공동모금회법 전면 개정안은 시장주의가 아니라 관치주의가 반영된 거다."

- 정부가 복지예산을 축소하고, 민간모금으로 충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
"일부 사회복지학자들은 2009년 이후 정부의 복지예산이 대폭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나도 동의한다. 복지예산은 한번 줄면 국민고통이 심각해진다. 소비자 물가는 올라가고 경제 환경은 더 어려워질 텐데 복지예산마저 축소하면 상황은 점점 더 엄혹해질 것이다. 정부 복지예산이 축소되고, 공동모금회법 전면개정안 통과로 배분권을 정부가 갖게 되면 실제로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는 굉장히 중요해진다."

"기관장 교체 안 하면 특별감사 한다고..."

- 이명박 정부의 사퇴압력설이 끊이지 않는다. 복지부는 10일 한 보도를 통해 누가 사퇴압력을 넣었는지 떳떳하게 밝히라고 주장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 말하겠다. 무엇보다 나는 민간단체인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정부가 인사권을 갖고자 하는 데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민간자율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까지도 정부의도가 관철된다면 그게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할 수 있나.

무엇보다 나는 7차례에 걸쳐 이세중 공동모금회 회장과 내부 직원 등을 통해 '사무총장의 거취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받았다. 소위 '알아서 나가달라'는 게 정부의 뜻임도 전달받았다.

만일 복지부의 주장대로 '복지부에서 그만두라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내가 마치 독립투사처럼 정치적 탄압을 받아 사퇴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면, 이세중 회장이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 나는 그분의 인격이 그런 거짓말이나 하실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 회장님께서는 지난 5월 6일 주례보고 때 '모금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무총장이 결단해달라'고 하시면서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 부인의 명예회장 수락 지연과 모금활동이 부진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하셨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부인할 텐가."

- 그간 어떤 일이 있었나.
"지난 4월 9일 총선 다음날인 10일 오전 9시 30분 복지부 N 복지정책관은 H 공동모금회 경영기획팀장에게 전화하고, 12시에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N 복지정책관은 '신정부 수립에 따른 산하기관장 교체추진'에 대해 설명하고, '모금회도 교체대상에 포함되니까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만일 모금회가 자발적으로 해결 안 하면 복지부는 특별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간 모금회 명예회장을 영부인께서 하셨는데 만일 사무총장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보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협박이었다.

그 다음엔 공동모금회장 면담 요청을 통해 사퇴를 종용했다. 그 뒤엔 내게도 직접 전화해서 조만간 이봉화 전 차관과 이경숙 전 인수위원장(모금회 이사)이 만나게 된다고 했다. 내게는 이 발언이 협박으로 들렸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 유독 신 총장을 찍어 사퇴를 종용한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 말을 잘 듣는 사람을 사무총장 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정부의 태도다. 왜 복지부가 인신공격에 다름 아닌 정치행위를 하는지 모르겠다. 내 과거 경력을 들먹이며 '정치 행보' 운운하는데, 민주주의사회에서 얼마든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은 있을 수 있다. 내가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것을 문제있는 것처럼 포장하는데, 엄연한 연좌제적 발상이다. 구태의연한 짓이다."

-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신청도 문제로 지적받았다. 
"그건 2004년 얘기다. 나는 2006년 6월 1일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이 됐다. 그 뒤 2008년 총선이 또 지나갔다. 그때 내가 전혀 관심을 보인 바 없다. 앞으로 총선은 2012년에나 한다. 자꾸 '정치 행보'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 억지논리다. 무엇보다 정부 관계자가 직접 언론에 '독립투사처럼 행동한다'는 식으로 발언했는데,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도 않다. 유치하기 때문이다. 인신공격에 장사 있나."

-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제시가 없는 정부다. 말로는 시장경제를 앞세우지만 정작 복지에서는 관치주의를 되살리려 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촛불시위에 대한 지나친 탄압, 전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 등이 10년 전으로 한국사회의 시계를 돌리려는 것인가 의심하게 된다.

맘에 들면 함께하고, 맘에 안 들면 잘라버리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진 민주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원칙이 없는 정부다. 자기논리에 모순도 많다.

복지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정부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또 민간복지사업이 잘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복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가치관으로 한다. 복지가 발전된 나라는 국가예산과 민간복지사업 활성화라는 양날개로 난다. 우리도 이런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신분으로 법 문제점 지적하겠다"

권우성
-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는데, 신 총장은 주로 어떤 활동에 주력해왔나.
"공동모금회의 안팎 여론수렴을 위해 노력했다. 작은 기관들이 자꾸 배분에서 빠지는데 소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모색했다.

배분의 공정성과 투명성만 강조했는데, 현장에서 작은 단체들이 장기적으로 활동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나눔과 좌담, 소통을 위한 전국 권역별 릴레이 세미나도 열었다. 관료주의 타파를 위한 직원교육도 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자원봉사단체 네트워킹도 적극적으로 했다.

지역사회의 소통과 소규모 단체의 보호육성 등도 굉장히 중요한 사업과제였다. 앞으로도 이 사업들이 잘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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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필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손숙미 의원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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