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고이 간직해 놓았던 소중한 가곡을 한 곡을 소개합니다. 김소월 시의 '랑인의 봄'입니다. 물론 저의 작품입니다.
저의 작품을 제가 직접 소개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곡이라는 것은 대중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면을 빌어 소개하는 것도 천덕꾸러기의 특권(?)이고 광고로도 괜찮겠다 싶어 소개하는 것이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가곡이라면 좀 고리타분 한 분야일 것입니다. 몇몇 독지가들 사이에서나 그 부흥의 날을 기다리며 눈물 짖는 정도의 이슈 밖에는 안 되고 있습니다. 상업적이지 않기에 아카데믹한 뉘앙스를 가졌지만, 또 그리 아카데믹하지도 못한 것이 오늘날의 가곡의 위치입니다. 따라서 가곡의 힘을 빌어 입신양명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곡에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달래 주고 가볍게 감싸주는 온기가 있습니다. 노랫말이 좋아서 그렇고 부르는 이가 그 노랫말을 따듯하게 품어서 그렇습니다.
가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이 가곡을 타고 흐릅니다. 그래서 작곡가인 저는 여전히 가곡을 쓰고 싶어 합니다. 언젠가 그 누구 단 한사람의 가슴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 넣어 줄 그런 곡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며 말이지요.
앞으로 고이 간직해 온 몇 곡의 자작 가곡을 소개하면서 가곡 분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여 가면서 이 시리즈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랑인의 봄 (김소월 시)
휘둘리 산을 넘고 굽이진 물을 건너
푸른 풀 붉은 꽃에 길 걷기 시름이어
잎 누런 시닥 나무 철 이른 푸른 버들
해 벌써 석양인데 술슷는 석양이어
골짜기 이는 연기 메틈에 잠기는데
산마루 도는 손의 슬지는 그림자여
산길가 외론 주막 어이그 쓸쓸한데
먼저든 짐장사의 곤한 말소리여
지는 해 그림자니 오늘은 어디까지
어둔뒤 아무데나 가다가 묵을네라
휘둘리 산을넘고 굽이진 물을 건너
푸른 풀 붉은 꽃에 길 걷기 시름이여
풀 숲에 물김뜨고 달빛에 새 놀래는
고운 봄 야밤에도 내 사람 생각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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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인의 봄 (김소월 시) 아름다운 한국시와 가곡, 그 안의 정겨운 순 우리말의 향연! ⓒ 임상후
덧붙이는 글 | 임상후 기자는 프랑스 Ecole de Chant Gregorian de Paris 지휘과 교수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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