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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임효림 스님 가장 훌륭한 국가는 인권을 존중할 줄 아는 국가이다
ⓒ 이종찬
▲ 시인 임효림 스님 가장 훌륭한 국가는 인권을 존중할 줄 아는 국가이다
ⓒ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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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착해져서
깨끗한 눈물을 흘리고 싶다
첫새벽 남 먼저 일어나신 어머니가
우물에서 길어와 올려놓은
부뚜막의 하얀 사발 정화수 같이
그 정화수에 비쳐진 어머니의 마음 같이
이제는 나도 그 정도의 깨끗한 눈물 좀 흘리고 싶다
-'새벽기도' 모두
이 시는 효림 스님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효림 스님 형제는 모두 칠 남매다. 스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마음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다. 얼마나 집을 자주 비웠기에 스님 어머니께서 "시집을 와서 신랑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있는데 며칠이 지나자 말없이 집을 나가 몇 년 만에 돌아오시곤 했다"고 했겠는가.
오죽 했으면 스님 어머니께서 남편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낯선 사람을 집안 식구들이 반가와 하기에 어디서 친척이 오셨는가 했더니 그 사람이 바로 너희들 아버지라는 사람이더라"라고 했을까. 또한 그 때문에 스님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 칠남매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어 했겠는가.
그뿐이 아니다. 스님 큰형님도 젊을 때 떠돌이 기질이 무척 많았다. 군대 가서도 월남을 지원해서 갔다. 스님 어머니는 그때부터 매일 같이 동네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다가 하얀 사발에 담아 부뚜막에 올려놓고 "제발 우리 아들이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단다.
효림 스님은 말한다. "월남에서 무사히 돌아온 큰형님도 그렇지만 우리 칠남매가 지금까지 별 탈 없이 무사히 살아가고 있는 것도 어머니 기도 덕분"이라고. "세상의 많은 아들 딸들은 어머니가 하시는 기도의 기운을 받아 자란다"고. 이처럼 기도는 효림 스님에게 있어서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몸과 마음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열 위험 안고 있는 불안한 사회
"인생을 산다고 하는 것 자체가 기도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하는데 어떤 사람은 장사가 잘 되어서 돈을 벌고, 어떤 사람은 장사가 안 되어 망합니다. 어떤 사람은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얻어서 장사를 했는데 망하고, 어떤 사람은 장사가 안 되어 망한 가게를 얻어서 장사를 하는데도 금방 손님이 넘칩니다." -<행복으로 가는 기도> 22~23쪽, '어머니의 기도' 몇 토막
지금 성남 봉국사 주지를 맡고 있는 시인 임효림(법랍 40) 스님이 생활불교 이야기를 담은 <행복으로 가는 기도>와 <자유로 가는 길 道(도)>을 새싹출판사에서 한꺼번에 펴냈다. 여기서 말하는 생활불교란 이 세상에서 수많은 걸림돌에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들 지친 일상생활을 포근하게 다독여주는, 실천하는 불교에 다름 아니다.
이 두 권의 책에는 글쓴이가 지난 40년 동안 승려생활을 하면서 불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차분하게 들려주고 싶은 생활 속 기도 이야기와 '참 자유'와 '평등', '생명'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백팔염주처럼 엮여져 있다. 글쓴이는 이 두 권의 책에서 늘상 자주 만나는 정치경제인과 예술인, 종무원과 재가신도, 학생과 어린이들에게 '삶이 곧 불교'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제1권 <행복으로 가는 기도>에는 제1부 '시도 때도 없이 기도합시다'에 '어머니의 기도' '기도하기 좋은 장소' '생활 기도법' '오대 적멸보궁' 등 11편, 제2부 '기도를 하면 마음이 깨끗해집니다'에 '관음기도와 지장기도' '염불기도' '옴마니반메훔 기도' '기도는 회향을 잘해야 합니다' 등 7편이 향촉처럼 타오르고 있다.
제2권 <자유로 가는 길>에는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까닭' '침묵은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 '생명 사랑이 바로 평화입니다' '절대 진리는 없습니다' '당신의 인생에 당신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구속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등 10편이 인터뷰 형식으로 실려 있다.
효림 스님은 최근 촛불집회를 폭력집회로 둔갑시키며 탄압하는 행위에 대해 "인류사회의 갈등은 바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갈등"이라고 잘라 말한다. 효림 스님은 "어느 특정계급만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은 자유도 아니고 평화도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 사회는 항상 분열의 위험을 안고 있는 불안한 사회"라고 진단했다.
똥 누는 시간에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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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임효림 스님 시인 임효림(법랍 40) 스님이 생활불교 이야기를 담은 <행복으로 가는 기도>와 <자유로 가는 길 道(도)>을 새싹출판사에서 한꺼번에 펴냈다
ⓒ 이종찬
▲ 시인 임효림 스님 시인 임효림(법랍 40) 스님이 생활불교 이야기를 담은 <행복으로 가는 기도>와 <자유로 가는 길 道(도)>을 새싹출판사에서 한꺼번에 펴냈다
ⓒ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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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쁜 일상 중에도 화장실은 가야 하고 똥은 눠야 합니다. 비록 짧기는 하지만 누구나 혼자서 조용히 자기를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은 있어야 합니다. 그때가 바로 똥 누는 시간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더러운 똥을 누면서 어떻게 거룩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를 수가 있는가 하고 말합니다" -<행복으로 가는 기도> 53쪽, '기도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 몇 토막
사람들은 살아가다가 큰 걸림돌에 부딪쳐 도저히 헤어나기 어려울 때나, 몹쓸 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때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 '부처님!'을 찾으며 '제발 살려 달라'는 기도를 한다. 글쓴이 또한 이 모진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기도를 하곤 했다.
스스로 믿고 따르는 특정한 종교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절에 가면 부처님을 향해 삼배하며 스스로에게 기도를 걸었다. 교회에 나가면 하나님과 예수님, 성모마리아상 앞에 합장을 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딱히 무엇을 얻기 위해 어떤 절대신에게 매달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온 발자국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참회하는 것, 그것이 글쓴이가 하는 기도다.
효림 스님이 똥 눌 때 기도하라는 것도, 똥을 눌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차분하게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똥이 더러운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시기심과 질투심과 남을 저주하고 괄시하고 비난하는 마음", 그런 것이 똥보다 훨씬 더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상과 철학이다
"나는 신소천 스님에게 사미계를 받고 스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행자시절부터 스님께서는 저에게 한글로 번역된 <금강경>을 백 번 읽으라고 했습니다. 그해 여름 저녁마다 읽기 시작하여 백 번을 읽었습니다. 그때 그 <금강경>을 읽은 기운이 아직도 내게 남아 있어서 나의 사상과 철학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행의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기도> 126쪽, '염불기도' 몇 토막
지금으로부터 18년 앞에 돌아가신 글쓴이 어머니는 '수월화'라는 법명이 있을 정도로 열렬한 불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에게는 결혼할 때 큰형으로부터 찹쌀 한 말을 살림밑천으로 받아 나온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갈라먹기 농사를 힘겹게 지으며 4남1녀를 키워내기가 너무 힘에 부쳤다. 그 누군가를 의지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자주 읽던 불교경전이 한글로 번역된 <금강경>이었다. 글쓴이는 어릴 때 어머니께서 읽는 그 <금강경>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도 나는 몸과 마음이 몹시 지칠 때면 <금강경>이나 <반야심경> 한 구절을 들춘다. 그렇게 몇 번 마음속으로 읽으며 그 뜻을 헤아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추슬러지기 때문이었다.
효림 스님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상이고 철학"이라고 말한다. 이는 어떤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그 사람 인생관과 가치관이 서게 되었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출판 사업에 실패한 뒤 창원으로 낙향해 10여 년 동안 절에서 일을 하면서 먹고 살았던 것도 불심 깊은 어머니 영향이 컸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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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임효림 스님 이 두 권의 책에는 글쓴이가 지난 40년 동안 승려생활을 하면서 불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차분하게 들려주고 싶은 생활 속 기도 이야기와 '참 자유'와 '평등', '생명'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백팔염주처럼 엮여져 있다
ⓒ 이종찬
▲ 시인 임효림 스님 이 두 권의 책에는 글쓴이가 지난 40년 동안 승려생활을 하면서 불자들과 일반인들에게 차분하게 들려주고 싶은 생활 속 기도 이야기와 '참 자유'와 '평등', '생명'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백팔염주처럼 엮여져 있다
ⓒ 이종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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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하면 밥이 생깁니까? 떡이 생깁니까?
"진정 좋은 개는 주인의 말을 잘 듣는 개가 아닙니다. 주인의 사랑을 받는 개가 아닙니다. 주인이 주는 먹이에 노예가 되어 사는 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주인 말 잘 듣는 개를 좋은 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를 기르는 주인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고, 개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의 고삐를 풀고 달아날 줄 아는 개입니다." -<자유로 가는 길 道(도)> 74쪽 '그대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그대 자신입니다' 몇 토막
그렇다. 참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주인을 위해서 사냥을 하는 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냥을 하는 개가 되어야 한다. "독재 권력 밑에서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자유가 없다면 고삐에 매여 있는 개"에 다름 아니다. 사람은 자기 삶에 대한 주체성을 찾을 줄 알아야 스스로 꾸려가는 삶,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글쓴이가 비록 춥고, 배고프고, 평생 가난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가야 할 글쟁이가 된 것도 비록 힘들긴 하지만 스스로 삶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옛말에 '개에게 흙덩이를 던지면 좇아가 물지만 사자에게 흙덩이를 던지면 그 흙덩이를 던진 사람을 문다'고 했다. 사람이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도 이와 같은 것이다.
효림 스님은 말한다. "민주주의를 하면 밥이 생깁니까? 떡이 생깁니까"라고. 효림 스님은 "민주주의를 하면 살기가 더 어려워지고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은 스스로 자기를 창조하고, 스스로 자기의 세계를 창조하는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시인 임효림 스님이 펴낸 <행복으로 가는 길>과 <자유로 가는 길 道(도)>은 경제위기 속에 마구 허덕이는 사람들, 그 황폐한 몸과 마음을 새롭게 갈고 닦는, 이야기로 쉽게 풀어 쓴 생활 속 <금강경>이다. 전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외우고 닦아야 할 수행경이자 기도경이다.
시인 임효림 스님은 1968년 승려가 된 뒤 전국 선원에서 운수납자로 수행했으며, 2002년 <유심> 봄 호에 시 '한 그루 나무올시다' 로 제1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불교신문사 사장,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등을 맡았다.
시집으로 <흔들리는 나무> <꽃향기에 취하여>가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 <그 곳에 스님이 있었네>, 생활불교이야기 <사십구재란 무엇인가>, 번역서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 등이 있다. 지금 성남 봉국사 주지, 만해마을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전태일문학상> 특별상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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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임효림 스님 어느 특정계급만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은 자유도 아니고 평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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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임효림 스님 어느 특정계급만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은 자유도 아니고 평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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