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역에서 또 한번 자리가 납니다.
조은혜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뭐가 그리 미안한지 자꾸만 앉으라고 권하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그러면…그러면 뭐 그냥 앉아야지요.
처음 서울생활,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땐 한참을 서서 가다 보면 부아가 나곤 했습니다.
서서 내려다보는 앉은 사람들의 정수리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어요.
"앞에앉은사람이마가사랑스러워지면그제사조은혜사람된기야.'
엄마의 문자에 되려 짜증만 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서울생활 3년차.
(노량진에서의 재수 1년은 빼기로 합니다. '생활'이라 할 수 없는 때였으므로.)
이제는 앉아 있는 사람들의 가르마가 빼곡한지, 삐뚤어지진 않았는지, 넋을 놓고 보다가 사람들을 따라 허둥지둥 내리곤 합니다.
엄마 말씀대로라면, 이제 사람으로 영글어 가는 중인가 봅니다.
모두에게 관대해질 수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제 자신을 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의젓하게 7호선을 타고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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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필력, 아니고 날림필체.
모두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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