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산정오의 천지못.
이명화
푸르른 하늘, 그 청신한 얼굴과 천지못 얼굴이 겹친다. 하늘은 천지못에 제 얼굴을 비쳐보고, 천지못은 하늘에 눈 맞춤하면 푸른 하늘빛이 그 눈동자에 어린다. 이 천지는 김수로왕릉의 물줄기를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가락국 시조왕이었던 김수로왕이 천명을 다해 장례를 치루어야 했는데 좋은 땅을 골라 관이 들어갈 구덩이를 파고보니 계속 물이 솟아 장례를 치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난감해 있는데, 고승이 지세를 읽고는 "무척산 꼭대기에 못을 파면 물줄기가 말라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니, 그런 후에 장사하라"고 했다 한다. 사람들을 동원해 무척산 꼭대기에 인공으로 못을 파고 보니, 정말 말 그대로 솟구쳐 오르던 물이 그쳐 장사를 지냈다고 하는 것이다. 호젓한 천지못 가에 서서 무척산 기도원 쪽을 바라본다.
어쩜 험악한 산세, 가파른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등산로 그 위, 정상 가까이 이리도 넓고 안온한 천지못과 천지 주변 가에 위치한 기도원이 있을까. 다시 보아도 신기하기만 하다. 이곳에 와 보지 않고서야 어찌 이 높은 험한 산 위에 이리도 아름다운 못이 있다는 것을 뉘 알겠는가. 천지못 가에 서서 망중한을 즐기다 무척산 기도원으로 향한다. 볕 발이 곱디곱게 퍼지고 있다. 무척산 기도원 교회 앞 그네를 타본다.
바로 앞 산정호수 천지가 그네의 움직임 따라 함께 움직인다. 무척산 기도원은 고신대학교를 설립하고 총장으로 있었던 한상동 목사님과 몇 몇 목사님들이 1940년, 일제에 항거해 무척산 산정을 기도회 처소로 삼았던 곳이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1953년 10월, 명향식 외 여러 성도가 옥중성도들이 기도하던 곳을 사모하여 이곳에 올라와 기도하면서 기도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그를 나의 성산으로 인도하여 기도하는 내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할 것이며 그들의 번제와 희생은 나의 단에서 기꺼이 받게 되리니 이는 내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이 될 것임이라."(이사야 56:7)무척산 정상무척산 기도원 주변을 둘러보던 우리는 기도원 식당에 점심식사를 예약해 놓은 뒤, 무척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무척산 기도원과 아주 가까운 것으로 생각했던 무척산 정상은 제법 한참을 올라간다. 하지만 이 길은 처음 등산로보다는 비교적 완만하다. 호젓한 등산로에서 산객들을 이따금 만난다. 정상 가까이 갈수록 바람이 거칠다. 조망바위에 올라보니 김해 평야가 한눈에 조망된다. 정상이 바로 지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