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곳사진을 찍는 곳은 자기 삶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감은 자기 삶터에서 얻고, 사진 찍는 무대는 자기 무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 사진을 찍는 상업사진가는 연예인과 늘 어울리고 부대끼고 술도 함께 마시면서 살아야 하고, 골목길 사진을 찍는 저는 골목집에서 살며 골목이웃과 어울리고 부대끼고 술도 함께 마시면서 살아야 합니다.
최종규
[190] 아직 내 사진이 모자라기 때문에 2 : 내 사진이 아직도 한참 모자라다고 느끼기 때문에, 늘 수많은 사진책을 보고 읽으며 고개숙여 배우려 합니다. 저보다 앞서 사진을 찍던 분들, 제 뒤에 사진을 배워 찍는 분들한테도 무릎꿇고 배우려 합니다.
사진기 다루는 솜씨며, 네모난 구멍으로 바라다보는 눈, 필름에 감겨드는 빛, 필름에 아로새겨진 모습과 자리와 곳, 필름 한 장 두 장이 모여 서른여섯 장으로 이루어지는 동안 엮어내는 이야기, 어느 하나를 보아도 저 스스로 제 모습에서 흐뭇하게 여길 만한 대목이 없습니다. 다들 모자라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낯부끄러움을 느끼며 찍던 사진을 요즈음 들어 통 헌책방 나들이를 할 틈이 없어서 못 찍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이러다 그동안 애써 쌓아온 자그마한 탑마저 허물어지지 않겠느냐고, 제대로 하는 일도 없는데 이마저도 흔들리지 않겠느냐고, 더욱이 옆지기 된 사람한테 사진을 놓고 한 소리를 듣고 나니 한껏 풀이 꺾입니다.
히유, 사진이 뭔데. 사진 찍는 일이 뭔데. 나는 지금까지 무슨 사진을 왜 어떻게 찍어 왔을까.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서 생각을 하다가, 별빛 보이지 않는 옥상에 올라 동네 골목집 지붕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나는 나한테 보이는 모습을,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대로 담을 뿐 아니냐고. 나 스스로 마음에 차지 않거나, 내 둘레 사람들이 보며 못마땅해 하는 사진이라면, 찍는 내 마음이 즐겁지 못했거나 찍히는 사람(이나 대상)이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했으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