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건물.
남소연
"예전에는 청소일을 해도 국회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가서 말도 못해요."
"첫 월급이 2만원 좀 넘었죠. 세금 떼면 월급이 1만9000원 정도 됐어요."30년 넘게 국회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영미(가명)씨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역사와 함께 한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1975년 국회의사당이 태평로에서 지금의 여의도로 이전할 때 환경미화원으로 들어왔다. 국회에 들어온 해수를 기준으로 하면 7~8선 의원급 미화원인 셈이다.
지금은 외주 용역업체를 통해서 일하고 있지만 당시엔 신분도 공무원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고용 형태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엔 미화원도 '국회 공무원' 신분, 지금은 외주 용역"지금은 입사 때 나왔던 공무원 신분증도, 국회 직원임을 알리는 배지도 없지만, 그는 평생을 '나도 국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점점 창피함으로 바뀌고 있다.
"갈수록 사람들한테 국회에서 환경미화원 한다는 소리를 못하겠어요. 요즘엔 국회의 '국'자만 말해도 '거기는 만날 싸우기나 하고 남의 돈 먹는 도둑놈들만 있다'는 얘기를 듣기 일쑤예요." 최근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충돌 사태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17일 밤부터 18일 오후 2시까지 한나라당의 점거로 회의장 주변은 난장판이 됐다. 민주당·민주노동당의 의원·보좌진·당직자들은 회의장 문을 뜯어내기 위해 해머, 정 등을 동원했다.
결국 회의장 문짝은 완전히 떼어졌다. 한나라당이 야당의 진입을 막기 위해 문 안쪽에 쌓아놓은 의자, 책상도 결국 박살났다.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약 5시간 30분간의 '전투'가 끝난 뒤. '전장'에 들어선 건 미화원들이었다. 전투는 의원들이 했지만, 뒷정리는 이들의 몫이었다.
새벽 5시 30분이면 국회로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일하는 미화원들의 수고가 그날은 곱절이 됐다. 회의장 안과 복도를 치우기 위해 남녀 미화원 50여명이 동원돼 2시간 넘게 청소에 매달렸다.
'전투'는 의원들이, '뒷정리'는 미화원들이... "쓰레기만 수십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