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꿈 두바이는 '드림랜드' 아닌 '네버랜드'

'신자유주의' 난장판 두바이를 오히려 타산지석 삼아야

등록 2008.12.26 10:57수정 2008.12.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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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 갔더니 국왕이 기업인과 직접 휴대폰 통화하더라."

작년 이맘때인 12월 28일 이명박 당선인이 재계 총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당선인은 두바이를 본받아 자기도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열어 놓을 테니 언제든 직접 전화해도 좋다고 말했다.

당시 정황을 우호적으로 전한 <동아일보>(2008년 1월 1일자)는 "이 당선인 발언은 두바이 국왕 벤치마킹"이라는 제하에,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 후보 시절인 2007년 4월 10일 두바이를 방문해 세이크 모하메드 국왕을 만났는데, 대화 도중 국왕이 외국인 투자가에게 직접 휴대폰을 받는 장면을 보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 대통령은 "모래바람만 불던 두바이를 10년 만에 '중동의 진주'로 만든 모하메드 국왕의 창조적 리더십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역시 이 대통령을 두바이와 연계해 소개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몇몇 계파 의원과 교수를 대동하고 두바이를 방문했다. 두바이가 추진하는 대형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두바이의 통치자인 세이크 모하메드 빈라시 막퉁을 만나 환담했다. 이 전 시장은 "(자기와) 두바이의 세이크 모하메드 빈라시 막퉁이 세계적 CEO로 인정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4월 7일자 <조선일보>)

두바이 신드롬에 사로잡힌 대통령

a  두바이 앞바다에 건설중인 인공섬들. 야자수 모양을 본딴 '팜 아일랜드'(위)와 세계지도 모양의 '월드'.

두바이 앞바다에 건설중인 인공섬들. 야자수 모양을 본딴 '팜 아일랜드'(위)와 세계지도 모양의 '월드'.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찍부터 두바이를 마치 드림랜드처럼 생각해 왔다.


"우리는 두바이보다 더 잘할 수 있다." (2007년 11월 29일 여의도 유세)
"두바이에 갔더니 사막에 운하 만드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웠더라." (2008년 2월 4일 관광산업간담회)
"두바이는 외국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 국제금융허브 잘 된다." (2008년 2월 11일 금융인간담회)

지난 2월 15일에는 알 사이비니 두바이 투자공사 사장이 방한하기도 했다. 그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당시 당선인은 "한국이 두바이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두바이 측은 우선 20억 달러의 기초자금을 들여 가칭 '한-두바이 펀드'를 설립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그러자 당시 당선인은 "경제적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관광 분야에서도 경제적 교류가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자기도 직접 펀드를 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금융 위기가 두바이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기 시작한 시점에도 두바이에 대한 선망을 버리지 못했다.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병원장은 이미 8월 24일에 "우리나라 기업이 두바이에 과도하게 뛰어드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위클리 경향> '박경철의 눈-두바이의 비극' 편에서).

하지만 이 대통령은 9월 23일 새만금 연구단체 발족식에 보낸 축전에서도 "새만금이 동북아의 두바이를 넘어 세계인이 감탄하는 메카"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두바이를 자주 언급하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같은 이들도 덩달아 두바이를 예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인천 송도 신도시도 '한국의 두바이'라 했고 부산 신항만도 '한국의 두바이'라고 떠벌였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그토록 선망했던 두바이는 어떤 곳인가. 두바이는 1971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아랍에미리트(UAE) 일곱 토후국 중의 하나이자 그 중심 도시를 일컫는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160층, 810미터 높이의 건물 '버즈 두바이'가 삼성에 의해 공사 중이다. 또한 세계지도 모양의 인공 섬 '더 월드'와 맨해튼보다 큰 워터프런트 섬과 운하, 그리고 수중호텔 하이드로 폴리스 등의 토목공사로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토후국 중 유일한 국제 무역항인 두바이는 산유국으로서 아랍 내에서 신자유주의 경제를 가장 추종하는 나라다. 그러나 얼른 보아 화려한 것 같은 두바이의 성장은 사실은 오일 달러와 거품 금융이 만들어낸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나라일수록 제조업에 소홀하여 불황이 닥칠 때 취약한 내수 때문에 여지없이 위기로 내몰린다.

최근 두바이의 한 쇼핑몰에서는 세계 최대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 트리에는 36만 개의 전구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두바이 도로교통공사는 전철역 10개의 이름 사용권을 기업에 팔아 한화로 65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허물어지고 있는 MB의 꿈, 두바이

이와 같이 두바이는 아랍 내에서 서구 취향이 가장 센 나라이다. 또한 현시욕이 강한 경제 기질을 가지고 있다. 전철역 이름을 판 것은 일면 아이디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실물 투자 없이 돈을 벌려는 맨해튼의 금융꾼들을 닮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돈이라면 자기 나라의 지명도 팔아먹는 물신주의의 천박한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참고로 두바이의 인공 섬 팜 주메라 소재 방 4개짜리 빌라 가격이 한때 60억원을 호가하기도 했다니 이 나라의 허황된 거품을 능히 헤아려 볼 수가 있다.

두바이의 무리한 건설과 부동산 붐이 버블이라는 우려는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잠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떨어졌지만 반등을 반복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석유 가격이 올라갔던 것이 버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고, 도널드 트럼프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세계적 투자가가 호텔을 건설한 것도 두바이에 신뢰를 보내 주었다. 그러나 두바이는 운명이 다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뿐더러, 두바이는 거품이 가장 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중앙대 이상돈 교수 글 참조).

이상돈 교수뿐 아니라 최근의 외신은 두바이의 몰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타임>은 11월 30일 자에서 "두바이에서 파티는 끝났다, 도시 전체가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11월 21일자 <가디언>은 "500만 파운드짜리 별장이 180만 파운드로 급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국의 중동 경제 전문지 <미드>는 11월 27일 자에 "브랜드 두바이 빛을 잃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 경제 주간지 <아라비안 비즈니스>도 지난 달 20일 열린 아틀란티스 호텔 개장 파티가 '마지막 파티'가 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허황된 두바이 경제와 비교되는 한국의 '747'

a  당선 1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김포공항 스카이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및 경제살리기 국민한마음 희망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당선 1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김포공항 스카이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및 경제살리기 국민한마음 희망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두바이는 몰락하는 미국의 월가를 벤치마킹한 나라이다. 이에 따라 두바이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개인 투자가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모기지 업체가 성행했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암락'과 '탐월' 같은 금융회사가 대표적인데, 최근 대출 중단을 발표한 '암락'의 주가는 연초 대비 80%, '탐월'의 주가는 86%나 폭락했다. 이른바 '두바이산 리먼 브러더스'가 출현한 셈이다.

또한 두바이의 대형건설 프로젝트들은 속속 지연되거나 중단되고 있다. 회사마다 감원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전체 노동자 중 70%에 달하는 외국인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고 고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두바이의 외채 규모는 GDP 대비 148%에 이른다. 두바이 국민 1인당 4만 달러씩의 외채를 지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적 CEO라고 격찬했던 두바이 국왕은 형제국 아부다비의 구제 금융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두바이의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 대통령이 선망한 두바이는 이제 더 이상 '드림랜드’(Dream land)'가 아니라 '네버랜드(Never land)'였음이 입증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가 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제대로 된 모델을 본받으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이 국가경제인데, 이명박 정부는 허황된 거품 금융과 토목공사로 겉만 번지르르했던 두바이를 드림 모델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동아>·<조선> 같은 친여 신문들이 이 대통령의 정책을 앞 다투어 편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7% 성장에 4만 불 소득 그리고 7대강국 진입이라는 드림랜드를 제시했었다. 거기에 이름 붙이기를 점보기 이름을 연상하도록 '747'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은 이 747에 현혹되어 표를 주었다. 하지만 '747' 역시 두바이처럼 '네버랜드'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여전히 신자유주의의 신기루에 집착하고 있다. 최근 이루어진 한미자유무역협정안의 날치기 통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그는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공사가 아니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 하기야 이 대통령은 두바이 운하를 거론하며 우리도 운하를 파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이 선망했던 '꿈의 두바이'는 지구상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두바이를 선망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의 난장판'이 돼버린 두바이를 오히려 타산지석으로 삼는 일대 역발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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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두바이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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