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22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이 주최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4대강 하천정비사업의 실체'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남소연
정부는 4대강 하천정비는 운하가 아니라고 하지만, 새만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상황의 변함에 따라 운하는 하천정비를 등에 업고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80년대에 시행된 한강종합개발계획은 하천을 직강화하고 하천변에 택지를 개발하고 도로를 건설하고 둔치에 공원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사업이고 또한 하천종합개발의 모범사례로 하천개발사업이 전국적으로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잘못된 하천개발사업이 하천환경을 파괴하였고 건전한 물순환시스템을 왜곡시킴으로써 도심구간과 같이 일부 지역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하천의 황폐한 모습을 만들었다. 지난 시절의 하천개발은 도시에 인접한 하천구간에서 이루어졌지만, 정부가 제안한 4대강 하천정비는 하천의 전 구간에 걸쳐 새로운 개발계획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어떤 형태든지 개발은 자신의 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지자체장과 정치인 그리고 이에 부응하는 지방토호세력들은 하천정비를 빌미로 하천변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하천변 개발의 광풍과 그로 인한 하천의 위기는 언제든지 직면할 것이다.
운하의 다른 이름일 수 있는 하천정비에 대한 계획이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수립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봄 밀실운하연구의 주체였고, 그 당시 연구원들 대부분이 금번 연구에 다시 참가하고 있다. 또한 건설기술연구원은 하천정비는 운하라는 양심선언을 한 김이태 박사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7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3개월 정직처분이라는 중징계를 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이면에는 국토부의 의지가 있다고 판단되는데, 국토부의 입장은 운하건설이고 하천정비는 '억지춘양'일 뿐이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는 국토부의 주장대로 비록 그것이 외형상 운하가 아닐지라도 하천변 개발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이고, 향후 운하건설의 밑그림이 될 것은 자명하다.
국토부, '밀실의혹' 4대강사업 연구결과 투명하게 제시해야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국토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과정에 이해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여 보다 투명한 연구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러하지 못하다면 그러한 연구는 밀실연구이고 찬성을 위한 연구라는 멍에를 벗을 수 없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거쳐 정부의 계획으로 확정할 경우 사회적 논란을 부추길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중요한 귀로에 서있다. 아름다운 하천의 모습을 생태계가 살아있고 백사장이 펼쳐지는 자연스런 하천이 아닌 하천변에 새로운 도시가 들어서고 관광레저 시설이 자리잡은 모습에서 찾고 있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헬기로 한번 둘러보고 '낙동강은 죽었다'라고 서슴없이 언급한 경남도지사의 평가 이면에는 황폐하다는 기준이 하천변 개발 여부에 있는 듯하다.
이렇듯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정부계획이 뒷받침되고 예산이 지원된다면, 우리 후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하천의 파괴와 예산의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새만금과 같은 예를 보더라도 계획이 수립되고 사업이 진행될 때, 그 사업에 대한 논쟁은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만 낭비한 채 그대로 진행되었음을 경험했다.
사업의 계획단계에서 그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일은 사회적 주목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이 잘 수립될 수 있도록 계획단계에서 적극 참여하는 것이 사회갈등을 줄이고 협의를 통해 최선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차선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지금 국토부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하천정비관련 연구에 국토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연구보안각서를 작성한 연구원들만이 연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획일화되고 왜곡되고 편향된 연구결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방 위주 하천정책, 뉴올리언스의 재앙 잊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