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MB악법'을 둘러싼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당이 민주당에 다시 '마지막 대화'를 제안했다.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일부 법안에 대해 협의 처리 의사를 시사하면서 처리 시기도 연말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로 보이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언론계가 반대하는 미디어 관련 법안은 '위헌·일몰 법안'이라면서 야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막힌 정국이 풀리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편으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불법 점거 사태를 해소해 달라며 사실상 경호권 발동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MB악법 철회만이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라며 일단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종 중점법안을 85개로 추린 최종목록을 발표했다.(☞한나라당 85개 법안 목록 파일 받기)
법안은 ▲위헌·일몰 관련 법안(14건) ▲예산부수 관련 법안(15건)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43건) ▲사회개혁 관련 법안(13건) 등 네 항목이다. 불법 집단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법(일명 '떼법방지법')은 본디 목록에는 착오로 빠졌다가 이번에 새로 들어갔다.
홍 원내대표는 이중 사회개혁 법안은 야당과 협의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복면금지법), 북한인권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사이버 모욕죄),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집단소송법,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등이 포함돼있다.
이와 관련 홍 원내대표는 "사회개혁 관련 법안 중에는 야당과 협상해서 처리할 법안도 있고,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 법안도 있다"며 "야당이 협의처리에 응하고 처리시한을 좀 더 (늦게) 잡자고 하면 시한을 얼마든지 (내년으로) 넘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분리 처리'를 제안한 셈이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위헌·일몰 법안, 경제 관련 법안, 예산 부수법안은 연내 처리를 하고 나머지 사회개혁 관련 법안 중 쟁점 법안은 의논해서 협의처리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가 연내 처리를 요청한 세 분야에는 야당과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미디어 관련 법안(위헌·일몰 법안), 한미FTA비준동의안·금산분리완화 관련법·출총제 폐지 법안(경제살리기 법안)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홍 원내대표는 세 분야의 쟁점법안과 관련해선 여전히 강행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이 (참여정부 때 협정을) 체결했고 자기들 시대에 처리하려고 강제 상정까지 했다. 이를 거부하는 건 무슨 경우냐"면서, 금산분리 완화·출총제 폐지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집권했으면 한나라당의 경제정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법을 하게 해줘야한다"며 야당에 양보를 촉구했다.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서도 이전의 강경 모드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이 미디어 관련법안도 협의를 요구하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검토를 해보겠으나 야당도 방송법이 개정이 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에 '직권상정 요청 목록' 발송... "민주당에 퇴거조치 해달라" 요청도
홍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에 공개한 법안을 김형오 국회의장에게도 보내 심사기일을 지정해 달라며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야당과 대화나 협의가 불발될 경우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처리할 수 있는 길을 터두려는 의도다.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에 대해서도 홍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위원장 명의로 국회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실상 경호권 발동을 요청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한미FTA비준동의안 상정 저지, 국회의장실·본회의장·상임위 회의장 점거 과정에서 보여준 불법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헌법(제8조 민주적 기본질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제3조 집단폭력), 형법(제320조 특수주거침입·제138조 국회의장 모욕죄), 국회법(제148조 회의 진행 방해물건 반입금지) 등을 위반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홍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국회법이 정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국회의 질서를 회복해 절대 다수 의원의 법안심의권을 보장해 달라"며 "즉각적인 퇴거조치와 원상회복 명령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협의 모양 갖춘 강행처리 수순"... 사실상 '거부'
민주당은 일단 거부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날 제안을 "협의의 모양새를 갖춘 강행처리 수순"이라고 풀이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홍 원내대표나 한나라당과 만날) 계획은 없다"며 "'MB악법' 철회가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이라고 태도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가 새로 제시한 법안 목록에 대해서도 "주마다 시간대별로 바뀌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다"며 "'MB표 반민주 친재벌 악법' 철회가 우리의 요구"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원 원내대표는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가 합의 가능한 민생법안만을 처리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정권이 끝내 MB악법 강행처리를 고집한다면 민주당은 결사항전하여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제안은) 여야가 만나서 협의가 된 이후에도 일방처리 할 수 있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서는 MB악법과 쟁점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협의의 모양새를 갖추고 일방적으로 수용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발표한 법안은 역시나 MB표 악법이 총망라된 반민주, 친재벌 악법의 결정판"이라며 "오늘 한나라당은 기어코 이를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협의 처리 의사를 밝힌 사회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분열 법안"이라며 "이는 협의처리의 대상이 아닌 즉각 철회돼야 할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홍 원내대표의 의장 경호권 발동 요청을 두고도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겠다는 대목은 마치 군대라도 동원할 듯한 태세"라고 비난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도 "한나라당이 협의해서 처리한다고 하는 건 우리로선 검토할 가치가 없다"고 되받아쳤다
[1신 보강: 28일 오후 1시 30분]
한나라, 최종 중점법안 80여개로 압축
민주 "악법 하나라도 있으면 결사저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이른바 'MB악법' 결사 저지를 못박고 국회 본회의장과 주요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야당에 새로운 법안 목록과 함께 다시 대화 제안을 할 예정이다.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일부 법안 내용과 연내 처리 여부에 대해 야당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전의 '속도전 강행' 태세보다는 한발짝 물러선 태도다.
[한나라당] 최종 법안 목록 80여개로 압축... "야당에 전향적 제안" 예상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2시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애초 밝혔던 중점처리 법안 114개 중 일부를 제외한 최종 법안 목록을 밝힐 예정이다. 법안 개수는 80여개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낮 박희태 대표가 마련한 당 상임고문단 오찬 회동에서 "중점법안 114개에서 30여개를 더 줄였다"며 "오늘 오후 2시에 (최종 선정 법안을) 발표하고 민주당과 오늘, 내일 중 마지막 대화를 시도해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야당과 대립하는 법안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사회개혁 법안도 야당과 대화해서 처리할 용의가 있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방송법도 한두 조항 갖고 대립하고 있는데 그런 내용들도 협의해 처리할 수 있다"고 대화의 의지를 내보였다.
이에 앞서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지도부와 국회에서 법안 검토 회의를 열고 마지막 조율 작업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은 ▲'복면착용금지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신문·방송법) ▲'사이버 모욕죄' 도입(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통신비밀보호법 등 야당이 '악법'으로 못박은 법안 중 일부를 제외시킬지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일부 법안의 연내 처리 여부에 대해 야당과 협의의 여지를 두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성을 가지고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애를 썼다"며 "(법안 목록 조정 과정에서) 야당의 의견이 일부 수렴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기조에서 홍 원내대표도 야당 쪽에 대화의 의지를 내보일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제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춰볼 때 홍 원내대표는 야당이 본회의장 등 점거 농성을 풀 경우,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 여부에 대해 야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 "법안 1개로 줄여도 그게 '악법'이라면 끝까지 막겠다"
이를 민주당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재성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법안을 몇 개로 추려서 발표할지는 모르겠지만, 1개로 줄였어도 그것이 'MB악법'이라면 우리는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민주노동당의 '결사 항전' 의지도 더 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장, 행정안전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회의장, 국회의장실 등에서 밤샘 농성을 계속한 뒤 이날 오전 10시부터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를 다졌다.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거듭 "당의 명운을 걸고 'MB악법'을 끝까지 막아내자"며 의원들을 독려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또 최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끝까지 저지하다 본회의장에서 참혹하게 끌려나가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저지'"라며 "의총에서는 이를 위해서 어떤 전략을 써야할지가 주로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 대변인은 "농성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본회의장, 상임위 회의장, 국회의장실에서 농성하는 의원들의 수를 다 합치면 전체 의원수(83석)에 육박한다. 이날 의총에도 의원 70여명이 모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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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8 12:2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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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사회개혁법안 협의 용의"... '당근'에 민주 "일방적 강행처리 수순"... 사실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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