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는 보험료 인상 말고 KT&G 고소하라"

[주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금청구 소송이 필요한 이유

등록 2009.01.01 12:13수정 2009.01.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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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폐암 예방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폐암 예방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담배제조업체인 KT&G(담배인삼공사)가 연이어 소송에 휩싸이고 있다.

우선 지난 1999년 9월경 담배를 장기간 흡연한 사람들이 폐암에 걸린 것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국내 첫 담배 소송으로 기록됐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담배로 인하여 실화가 자주 발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불필요한 소방비용이 증가하였으므로 KT&G가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추가하여 세 번째 소송 유형으로, 아직까지 현실화 되지는 않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를 상대로 하는 구상금청구 소송이 있을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담배를 피운 결과 폐암이 발병한 수급권자에게 보험급여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인정되는 구상권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은 현행 8종의 사회보험 중 연간 재정 지출 규모(올해 27조8000억원)가 가장 크고, 정부 재정 지원(올해 4조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발생한 2001년 이후 정부는 7년간 23조7500억원을 국고와 기금으로 지원하고 건강보험료(직장인 기준)도 2000년 이후 세대당 173%나 인상(연 평균 24.7%)했지만 지난해 2850억원의 당기 적자가 발생했다.

그런 점에서 KT&G를 상대로 한 건강보험공단의 구상금청구 소송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적극적인 구상금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면 부족한 보험재정을 충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담배의 유해성을 홍보해 국민의 금연 열풍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들과 경기도가 담배 소송에 나선 까닭은?


지난 1999년 국내 첫 담배 소송의 원고들은 농부 혹은 외항선원들로서 외부적 환경에 의한 폐암발병의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이 주축이 됐다. 국내 첫 담배소송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만큼 양측은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주요 쟁점은 담배제조자에게 제조물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인과관계는 있는지(역학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여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한 것은 아닌지 등이다.


7년이 넘는 시간동안 재판이 진행됐고, 지난해 1월 원고인 담배 피해자의 패소로 1심을 마쳤지만, 환자 측의 항소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가 아직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담배의 제조·설계·표시상의 결함은 없으며,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여 특정 개인에게 발생한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였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다"며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첫 담배 소송은 담배로 인해 폐암에 걸린 직접 피해자들이 원고가 됐지만, 주위 사람이 담배를 피우게 됨으로써 의도하지 않게 폐암에 걸리게 된 간접흡연자들의 경우는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간접흡연자의 경우 1992년 미국 환경보호청이 역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간접흡연의 폐해를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간접흡연을 하였는지에 대해서만 제대로 입증을 할 수 있다면 이러한 소송도 승소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경기도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KT&G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측은 KT&G가 미국에는 화재안전담배를 제조 수출하면서 국내에서는 화재안전담배를 시판하지 않아 화재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결과 실화가 많이 발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소방비용 중 KT&G의 시장점유율을 적용 산출한 금액의 일부를 손해배상으로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화재안전담배란 권련지 부분에 2~3개의 얇은 밴드를 부착해 흡연을 하지 않고 일정시간 이상 방치할 경우 저절로 꺼지는 기능을 가진 담배를 말한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에서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의 기술수준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제조 및 설계를 하는 것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수출용 담배에는 적용하고 있음에도 국내 시판용 담배에는 적용을 하지 않아 실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였음이 인정되고 그로 인하여 불필요한 소방비용을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경기도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역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

비흡연자 보험료로 흡연자 보혐급여?... 보험재정 안정 도모 해야

a  건강한 폐와 담배에 찌든 폐. 오른쪽 병에 담긴 것은 담배에서 나오는 타르 찌꺼기로 폐의 기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건강한 폐와 담배에 찌든 폐. 오른쪽 병에 담긴 것은 담배에서 나오는 타르 찌꺼기로 폐의 기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 박상선


지난 2005년 6월경 국민건강보험공단 기획조정실 내부 아이디어 회의에서 한 직원이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KT&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뉴시스> 기사 참고) 당시에는 구체적인 추진 사항까지 마련한 게 아니라 앞으로 연구해볼만하다는 의견 수준이었지만,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할 경우 흡연으로 인한 직접의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10.4%에 달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05년 건강보험 급여비 18조7000억원의 10.4%인 1조9000억원대의 구상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건강보험공단은 법원에 구상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담배의 유해성으로 인해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공단이 폐암 치료에 대한 급여비용을 많이 지출하게 됐다면 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재정의 안정을 위해 KT&G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보험급여 사유가 발생하여 가입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때에는 그 급여에 소요된 비용의 한도내에서 그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권리를 얻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항에서는 "제1항의 경우에 있어 보험급여를 받은 자가 제3자로부터 이미 손해배상을 받은 때에는 공단은 그 배상액의 한도내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구상권제도를 법정화하고 있다.

KT&G를 상대로 구상권 행사를 하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험급여의 사유인 질병 부상이 제3자인 KT&G의 담배 제조, 판매 등의 행위에 의하여 발생되었고, 둘째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그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였고, 셋째 보험급여를 받는 흡연피해자가 제3자인 KT&G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을 것."

a 이집트, 담뱃갑에 임종환자 사진 게재 이집트가 금연캠페인의 일환으로 임종을 앞둔 폐암환자의 모습이 담긴 충격적 사진을 담뱃갑에 게재하고 있다.

이집트, 담뱃갑에 임종환자 사진 게재 이집트가 금연캠페인의 일환으로 임종을 앞둔 폐암환자의 모습이 담긴 충격적 사진을 담뱃갑에 게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웅석


첫째 요건과 관련, 미국의 담배소송에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담배의 유해성과 흡연이 질병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담배소송이 초기인 우리나라의 경우 인과관계 부분, 즉 흡연과 질병의 발생과의 관계에서 많은 논란이 제기 돼 왔다. 첫 담배소송 1심에서 재판부가 흡연피해자가 아닌 KT&G의 손을 들어 준 것도 이 때문이다.

두번째 요건과 관련해서는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 발생의 경우 급여를 제한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급여의 제한' 항목을 염두에 둬야 한다. 흡연이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고의에 의한 행위가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판단력이 없는 청소년기에 호기심으로 흡연을 시작하였고 이후 금연을 하고 싶어도 담배의 중독성으로 인하여 불가능하게 된 경우 보험급여를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금연서비스가 보험급여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을 때 수급권자에게 충분한 금연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요양에 관한 지시로 금연을 요구하였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 비로소 보험급여를 제한할 수 있다.

세번째 요건의 경우,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원인사실과 건강보험의 급여사유가 동일한 원인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제3자의 행위에 의하여 생긴 손해배상청구권이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받는 때에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즉, 수급권자가  KT&G로부터 배상을 받았거나 손해배상청구권을 면제 혹은 포기하는 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주정부가 중심이 돼 과다한 의료비용의 지출을 이유로 여러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천문학적인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보험인 건강보험공단이 비흡연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가지고 흡연자의 담배 관련 질환치료에 급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흡연자들인 국민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매년 수조원씩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인 현실에서 건강 보험료 인상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나서서 국민건강보험법상 인정되는 구상권 규정을 적극 활용, KT&G를 상대로 하는 구상금 청구를 고민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이 흡연피해자들을 찾아 구상금 청구를 통해 KT&G로부터 배상금을 받으면 보험재정의 안정뿐 아니라 사회의 이목을 끌어 금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소송의 영향으로 금연열풍이 불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하게 되면 국민일반의 건강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건강보험공단의 급여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건강보험공단은 KT&G를 상대로 적극적인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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