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해야 무조건 '인생 성공' 하나요?

인생 성공, 공부가 아닌 '자기 능력'에 달렸을 뿐이다

등록 2009.01.02 09:13수정 2009.01.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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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희 집 근처에서 "찹쌀떡, 메밀묵" 외치시는 아저씨

저희 집 근처에서 "찹쌀떡, 메밀묵" 외치시는 아저씨 ⓒ 이상규


며칠 전 이었습니다. 저녁에 허기를 채우기 위해 슈퍼마켓을 들리다가 집으로 올 때 즈음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한 아저씨가 주택 골목 한복판에서 "찹쌀~떡, 메밀~묵"을 외치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직까지 찹살떡 아저씨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놀랬고 '불경기 때문에 찹쌀떡 판매하는게 아닌가?'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 근처 골목에 다다랐을 즈음에 찹살떡 아저씨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찹살떡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는 찹살떡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제 봉다리에는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빵과 우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메스컴에서 음식과 관련하여 안좋은 보도들이 연이어 속출하면서 길거리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였습니다. 그 아저씨가 판매하는 찹살떡 역시 믿을게 못되었다고 생각하여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아저씨 입장에서도 마음은 불편했을 겁니다. 저를 비롯 다른 사람들 어느 누구도 찹살떡을 구입하지 않는데다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아저씨 앞을 지나가려고 했을 즈음에 "찹쌀떡, 메밀묵"이라는 소리는 얼마나 슬프게 들리던지요.

집에 도착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가 저희집 바로 앞에서 찹쌀떡 소리를 외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연 찹쌀떡을 구입할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방 유리창을 열고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아저씨는 주택가 4거리 한복판에서 3분 동안 같은 구호를 반복했는데 관심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고서는 쓸쓸한 뒷모습을 나타낸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찹쌀떡을 외쳤죠. 아저씨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저 자신과 '불경기'라는 존재가 조금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찹살떡 아저씨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진짜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부터(대략 12~13년 전, 제 나이는 26세) '찹쌀떡 아저씨는 학교 시절 공부 못했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으니까요. 지금 시대에는 도저히 말도 안되는 내용입니다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선 학교에서 전해졌던 동화 내용이어서 그 내용이 아직까지 제 머릿속에 남더군요.(이래서 학교에서 주입되는 교육이 무서운 겁니다.)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시기에 그런 내용을 머릿속에 새겨 들었으니 '지금까지' 찹살떡 아저씨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겁니다. 가뜩이나 제 성격은 조용한편이니 말입니다.


그 동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떤 부모님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심어주기 위해 찹쌀떡 아저씨를 비유했던 겁니다. "저 아저씨가 찹쌀떡을 파는 이유는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너희들은 공부 잘해야 한다"고 가르치던 내용이었죠. 그 내용을 학교 명상 시간에 들었고 제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동화책에서도 수록되어 있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그 내용이 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전해졌던 것은 어이가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완화되었을지 모르지만, 제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업에 대한 차별이 심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너희들 공부 못하면 나중에 환경 미화원 할지몰라(실제로는 고학력 분들이 꽤 있으시죠.)'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당시 10대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던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여고 선생이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너 나중에 술집에서 일할꺼야?"라며 호통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영화 <친구>에서는 '고교생' 장동건이 아버지 직업이 뭐냐는 선생의 질문에 장의사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1970년대 장면이었죠.) 그 선생은 '함부로' 장동건 아버지의 직업을 들먹이면서 제자의 뺨을 수차례 때렸습니다.

예전에는 학교 선생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로 부터 '공부 잘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박사, 검사, 판사 등등 '사'로 끝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선생으로부터 그런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보면' 공부에 대한 중요성과 전반적인 환경이 어느 정도 과장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스리잡과 포잡을 넘나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공부 잘함=인생 성공'이라는 공식이 무조건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는 우등생으로 인정받았을지 몰라도 '냉혹한' 사회에서는 그게 완전히 통하지 않으니까요.

그동안 여러곳을 알바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했습니다. 그 중 대학교에서 장학생으로 교수들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실무감각이 떨어져 인턴 3개월 만에 '퇴출 통보' 받았던 케이스, 명문대 출신임에도 30대를 앞둔 나이까지 게임 중독과 허드렛일 알바 인생에 머무는 케이스에 속한 사람을 봤습니다. 그리고 메스컴에서 거의 매일마다 보도되는 비자금 및 뇌물 사건 같은 경우, 누구보다 경력이 '화려하고' 높으신 분들이 주인공으로 보도되고 있고요.

저는, 공부 잘하는 학생은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것이며 사회에서 중요한 요직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토익 200점 학생보다 900점 학생의 영어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후자 격에 속한 학생이 취업할 수 있는 것이고요. 자격증 시험 같은 경우에도 학습 성과가 좋아서 취득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공부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모순되는 것이 제가 예전에 학교에서 가르침 받았던 것과 TV 프로그램 및 영화 친구를 통해 봤던 장면입니다. 공부 못하면 환경 미화원, 찹살떡 아저씨 같은 직업을 들먹이면서 특정 직업을 깎아내리는 가르침은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요즘에는 예전 시대보다 달라졌기 때문에, 이렇게 가르치지 않을거라 믿고 있지만요.)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공부 잘했다고 해서 무조건 인생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게 요즘 세상이니까요.

비록 지금은 불경기지만, 불과 2000년대 중후반까지 창업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학력 파괴 흐름'을 앞세워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몇달 전 모임에서 저와 함께 술을 마시고 좋은 얘기들을 나눴던 김성은 동대문 3B 대표팀의 최종 학력은 전문대 졸업이며 건축 전공하셨던 분입니다.(개인적으로 김성은 대표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4억소녀',' 립합소녀'로 유명한 김예진 립합 대표는 특성화 학교인 해성 국제 컨벤션 고등학교 출신이고요. 대한민국에서 고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여성들이 뚜렷한 성공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로 유명하다(제가 생각하는게 아니라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에서 봤던 내용입니다. 여성비하 아님)는 점에서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인터넷 쇼핑몰로 성공했던 김예진씨 또한 좋은 케이스라 할 수 있죠.

결국, 인생 성공은 '자기 능력'에 달렸습니다. 운을 비롯 인맥, 집안의 부유한 재정을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가장 절대적인 것은 자기 능력입니다. 공부는 그 중 하나일 뿐이고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에서는 예전부터 공부에 지나치게 중시를 두는 교육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몇몇 직업들이 학생들에게 안좋은 이미지로 비춰졌습니다.

공부도 좋지만 학생의 타고난 재능을 키워, 장차 나라의 일꾼이 될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닌지요. 특정 직업 깎아내려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구 시대적인 교육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일선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 믿고 싶지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부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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