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정연설, 핵심은 '삽질'과 '군기잡기'

'4대강 정비사업' 고용 효과 과장... 민생분야 대책 부족

등록 2009.01.02 15:18수정 2009.01.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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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월 2일 시정 국정 연설 중인 이명박 대통령.
2009년 1월 2일 시정 국정 연설 중인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었다. 어려운 경제상황과 흉흉해진 민심을 의식해서 그런지 온갖 좋은 얘기는 다한 것 같다. 그런데, 좋은 얘기들이 두 가지로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실현가능성과 실천 의지가 있는 부분은 수치를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표현하였고, 두루뭉수리하게 미사여구로 끝난 것은 현 정부의 성격과 맞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상반기 예산 집행 60% 이상 이루어지게' '4대강 살리기로 20만개 일자리 창출',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 등으로 표현된 것이 실현가능성(또는 이미 실현되었거나)과 실천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며, 반면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 강화' '국민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따뜻한 국정' '민생을 돌보고 서민의 삶의 질', '사회안전망 대폭 확충' 등의 표현들은 공감이 안가는 부분이다.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상대로 성적에 따른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일제고사를 실시하였으며, 현장학습을 허용한 교사들에 대하여 중징계까지 하고 나선 마당에 '인성교육 강화' 운운하는 것은 낯 뜨거운 발언이 아닌가 싶다.

또한, '부자감세, 복지예산 동결, 건설예산 확대'를 특징으로 하는 예산안을 확정하고, 알량한 최저임금마저 낮추면서 '민생'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언급하는 것도 듣기가 거북하다. 

4대강 정비사업, 일자리 창출 효과 과장

 국토해양부는 29일 오전 안동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종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을 열었으며, 이날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낙동강본부는 행사장 주변에서 '4대강 정비 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토해양부는 29일 오전 안동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종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을 열었으며, 이날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낙동강본부는 행사장 주변에서 '4대강 정비 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윤성효

실천의지가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도 숨겨진 진실이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은 현 정부의 '삽질 사랑'과 궁합이 잘맞는 부분이므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20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덧붙여 제법 자세히 설명하였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20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점과 같은 돈을 제조업에 투자할 경우 보다 더 많은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사실과 부합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숨겨진 진실이 있다.


우선, 20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다음의 산식으로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정비사업 예산 14조원 X 토목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 14.2(명/10억원) = 198,800명
(토목건설업 고용유발계수 출처 : '2003년 산업연관표(고용표)' 한국은행 보도자료 2007. 3.) 


4대강 정비사업 예산 14조원은 2012년까지의 예산 합계이다. 따라서, 20만개 일자리 창출효과 역시 향후 4년간 창출된 일자리의 누적 합계이지 매년 20만개 일자리가 창출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연간으로 따지면 약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고, 이것도 2013년 이후에는 효과가 끝난다.

또한, 토목사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제조업 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비스업 특히 사회서비스업 보다 낮음은 숨겨져 있다. 토목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4.2이지만 교육및연구 부문의 고용유발계수는 20.0이며, 의료보건및사회보장 부문은 16.7이다. 따라서, 14조원을 교육에 투자할 경우에는 2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의료보건및사회복지 분야에 투자할 경우에는 23만4천개로 4대강 정비사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점은 숨겨져 있다.

MB는 토목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효과를 비교하였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제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서비스 부분 특히 공공성이 강한 사회서비스 사업에 정부투자가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비교를 하려면 제조업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사업과 비교를 하여야 한다. 특히, '민생' 및 '사회안전망'과 같은 단어와 어울리려면 더욱 더 그러하다.

MB의 노사관계 '혁신'은 노조 '군기잡기'... 사회 안전망 투자엔 인색

 울산 지역 노동자 2명이 열흘째 소각장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조합원이 현대미포조선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의원에게 '현대미포조선 노조활동 현장탄압 중단, 이홍우 조합원 투신 관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등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울산 지역 노동자 2명이 열흘째 소각장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조합원이 현대미포조선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의원에게 '현대미포조선 노조활동 현장탄압 중단, 이홍우 조합원 투신 관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등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유성호

한편, 국민소득과 직결되는 부가가치유발효과 역시 사회서비스 분야가 더 높다. 2005년 기준 부가가치유발계수의 경우 건설 분야는 0.812인데 비해, 교육보건은 0.900이고 사회및기타서비스는 0.872이다(출처 : 한국은행 보도자료 '2005년 산업연관표(실측표)' 2008. 10. 29). 이는 14조원을 사회서비스 부문에 투자할 경우 국민소득 증대효과가 더 높아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며칠 전에 미네르바가 '2015~2017 기간 동안 세계경제가 또 다시 호황기를 맞이할 것이며 일본은 이때를 대비하여 대규모 연구개발투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용효과와 내수부양효과가 별로 없는 SOC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취지의 마지막 글을 올린 바 있다. 건설예산을 민생직접지원과 연구개발 등 혁신역량 강화에 써야 한다는 것이 내가 해석한 미네르바의 결론이다.

MB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21세기 지식경제에서는 노동·자본·토지 등 유형의 물적 투입요소 보다 정보와 지식, 인적자본 등 무형자산이 더 중요시된다. 따라서, 지식기술 수준 및 창의적 인적자원 풀(pool)에 의해 측정되는 혁신역량이 미래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학자들이 경제를 이야기할 때 항상 '혁신'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MB 정부 출범 이후 이처럼 중요한 '혁신'이란 단어를 듣기 힘들다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혁신'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그런데, '대립적 노사문화 혁신'으로 표현되었다.

경제 분야의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판매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변화시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혁신을 말할 때는 이러한 활동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과 예산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지식기술을 위한 R&D지원, 창의적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교육 및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지원 등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MB는 경제살리기 위한 비상경제정부를 이야기하면서 뜬금없이 '노사문화 혁신'을 이야기하였다. MB에게 혁신은 국가적 차원의 혁신이 아니라, '미운 놈 버릇고치기'를 의미하는 것 같다.

대통령 시정연설을 듣고, 21세기 지식경제의 성장동력인 '혁신'의 자리에 과거 산업사회의 '삽질'과 독재사회의 '군기잡기'가 대신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덧붙이는 글 | 4대강 정비사업의 효과에 대하여 국토해양부는 1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대통령 시정연설 시작과 동시에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하여 배포된 시정연설문에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20만개로 설명되어 있었다(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변인 브리핑도 일자리 창출효과를 '20만개'로 언급하고 있다).

나는 이에 의해 정부의 공식적인 일자리 창출효과 발표치가 20만개인 것으로 가정하여 기사를 작성하였으나,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이 28만개로 발표한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존 발표치 보다 40% 가량 부풀려진 내역을 알 수는 없는 상태이나, 현재로서는 기존의 발표치가 오히려 더 합리적인 수치로 판단된다.

한편, 28만개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회서비스업 분야의 고용효과가 기존의 계산 결과대로 17~40% 가량 더 많다는 사실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4대강 정비사업의 효과에 대하여 국토해양부는 1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대통령 시정연설 시작과 동시에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하여 배포된 시정연설문에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20만개로 설명되어 있었다(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변인 브리핑도 일자리 창출효과를 '20만개'로 언급하고 있다).

나는 이에 의해 정부의 공식적인 일자리 창출효과 발표치가 20만개인 것으로 가정하여 기사를 작성하였으나,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이 28만개로 발표한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존 발표치 보다 40% 가량 부풀려진 내역을 알 수는 없는 상태이나, 현재로서는 기존의 발표치가 오히려 더 합리적인 수치로 판단된다.

한편, 28만개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회서비스업 분야의 고용효과가 기존의 계산 결과대로 17~40% 가량 더 많다는 사실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시정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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