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갈매기들이 울어 대던 녹동항. 아직 개통되지 않은 소록대교가 보인다.
김연옥
예전에는 뭇사람들에게 철저한 외면을 당한 한센병 환자들이 그들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저 모여 살 수밖에 없었던 섬으로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록도를 방문하고 돌아온 가톨릭 신자에게서 그들이 손수 만들었다는 묵주를 선물 받고 코끝이 찡해 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바쁜 일상으로 곧 잊어 버렸다.
그러나 이번 여행길에서 그들이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자유를 박탈 당하고 인권이 짓밟힌 채 살아왔는지 알게 되면서 여태까지 그들 삶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소록도 군데군데에는 마치 유형의 길을 나서듯 소록도로 들어왔을 그들의 탄식이 배어 있고, 한센병에 대한 우리들의 무지와 편견으로 늘 혐오와 경계의 대상이 되어 부당한 처우에도 어찌할 도리 없이 당하고 있어야 했던 그들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센인의 인권이 짓밟힌 참혹한 현장서 고개를 떨어뜨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