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 조합원들이 5일 오후 12시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장일호
5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본관 앞에서는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민주노총 대학노조 명지대지부의 2009년 첫 번째 집회가 열린 것이다.
'이유 없는 부당해고 명조교(행정/사무)는 불허한다', '고용안정 보장받고 일한만큼 대우받는 고용환경 창출하자'는 현수막이 본관 앞에 세워졌고, 13명의 소규모 대오는 '비정규직법을 악용하는 명지대', '우리는 단지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집회를 준비하는 조합원들은 다소 서툴렀으나 씩씩했고, 본관 앞을 지나는 학생들은 낯선 풍경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일반 행정직 직원을 '조교'로 고용해온 대학명지대는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해 8월 40명의 행정조교를 정리해고했고, 이어 오는 2월 말, 95명의 인원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통보해왔다. 그러나 조교들을 해고한 자리에는 같은 수의 신규인력이 채워졌고, 이에 행정조교들은 '부당해고'에 맞서 노조를 결성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며 3일 밤을 새웠다"는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의 서수경 지부장(명지대 생명과학과 91학번)은 "사람들이 노조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다"며 힘차게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학교 측과 대화를 통해 최대한 협의를 이루려고 노력했으나 어려웠다"고 말하며 노조 측의 부당해고를 알리려는 노력을 학교 측이 탄압해왔음을 호소했다.
서 지부장은 "사람들이 조교라고 하면 대부분 '대학원생이 1~2년 잠깐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에대해 설명해 주는 것이 어렵다"며 "명지대 행정조교의 경우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부서장의 임용추천 의뢰에 의해 1년 단위로 재임용되며 최장 13년 동안 일해온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명지대 행정조교 150명의 80% 이상은 명지대 졸업생으로서, 교수와 시간강사의 일정 관리 및 성적처리 등 학교 내 각종 행정·사무 업무를 담당해왔다. 서 지부장에 의하면 "오랫동안 근무해 온 조교들의 행정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난해 8월 40명을 해고했고, (당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모 조교는 해고 이후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신규로 채용한 연구원이 경험이 없어 담당업무를 못하자 권고사직당한 능숙한 행정조교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감행한 학교가 "돈을 이중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9일 노동자·학생 간담회에서 김일곤 민주노총 대학노조 조직국장은 타대학의 행정조교 사례를 들며 "동덕여대, 외대의 경우 비정규직 조교를 정규직화 했으며, 명지대처럼 조교로만 구성된 한양대 지부의 경우 2년 이상된 조교 70명이 정규직화 됐고 학사지원직원으로 직위를 변경함은 물론 정년 50세를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일선학교에서 2년이상 장기근로자를 재임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주상호 명지대 기획실장의 말이 틀렸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