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밥켄트시내의 모습
김준희
"10분만 더."알리는 이렇게 말하더니 다시 자리에 눕는다. 시간은 오전 7시. 아침에 늦잠자는 버릇은 여기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탁자에는 어제 마시다 남긴 맥주가 있다. 피같은 술을 남기다니, 한국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나도 이불 속에 누워서 뒤척이다가 7시 20분 경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씼었다. 다리의 통증이 무척 심해졌다. 평소에 걸을때는 잘 모르는데, 쉬려고 앉을때 또는 앉았다가 일어설때 통증이 심하다.
최악의 통증은 화장실에서 발생한다. 이곳의 화장실에는 걸터앉는 좌변기가 없다. 대변을 보려면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해야하는데, 그럴때마다 양쪽 허벅지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온다. 자세를 제대로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 아픔 때문에 화장실 특유의 악취를 느끼지 못할 정도니, 이거 하나는 그래도 좋은 점이다.
알리와 함께 탁자에 앉아서 꿀을 섞은 뜨거운 차를 마시고 빵도 조금 먹었다. 알리는 승용차로 나를 큰길까지 데려다주고, 그 다음에 자녀들을 차에 태우고 학교에 보내준단다. 그리고나서야 자신의 공장으로 출근하는 것이다. 나는 차를 두잔 마시고 일어섰다. 오늘도 열심히 걸어가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에 오면 언제든지 우리집으로 와요."알리의 어머니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알리의 승용차에 짐을 실었다. 승용차가 집의 대문을 빠져나오자 알리의 어린 딸들이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흔든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쪽으로 쭉 걸어가면 나보이가 나와요!"큰길로 나온 알리가 나한테 이렇게 알려준다. 나보이는 다음 목적지인 큰 도시다. 오늘 중으로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마 그곳까지 2-3일 정도 걸릴 것이다. 나는 친절을 베풀어준 알리를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남자들끼리도 조금 친해지면 꼭 이런 식으로 포옹을 한다. 만날때나 헤어질때나 마찬가지다. 좀 더 친한 사이끼리는 뺨에 입을 맞추는 경우도 많다.
알리와 큰길에서 작별인사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