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맵게 먹지말자
김준희
'대장 폴립(용종)'이란 것은, 장의 점막이 자라 혹이 되서 장의 안쪽으로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폴립으로 세분화할 수도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누게 된다.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폴립과 그렇지 않은 폴립. 이런 폴립이 대장에 생기더라도 많은 경우에 자각증상이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변비, 설사, 복통이 발생하는 정도다.
근데 살다보면 누구나 한두 번씩은 설사나 복통 등으로 하루 이틀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러니 이런 증상이 생긴다고 해서 대장 폴립의 발생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밀검사를 받아보기 전에는 알기 힘들다는 이야기. 나의 경우는 대장내시경을 통해서 비교적 일찍 알게 된 셈이니 병원에 입원하기를 잘했다고 해야할까. 병을 키워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 나름대로 불행 중 다행인 셈이라고,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대처해 보자.
이런 증상이 생기는 이유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동물성 지방의 과다한 섭취 또는 섬유질과 칼슘의 부족, 운동부족, 음주와 흡연 등이 원인이란다.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이와 반대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가지면 된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고기를 줄이고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것이다.
식사 때도 맵고 짠 음식은 경계의 대상이다. 의사 말에 의하면 매운 음식보다 짠 음식을 조심해야 한단다.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렁탕이나 곰탕집에 가면 소금과 후추가루를 팍팍 쳐서 간을 맞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술안주가 맵고 짜게 나오는 편이지 않나. 김치찌개 또는 간장에 찍어먹는 파전 역시 마찬가지고.
우선적으로 필요한 식이요법술안주는 둘째 치고, 우리나라 음식이 대부분 맵거나 짠 편이다. 떡볶이와 라면은 말할 것도 없고, 김치와 깍두기도 맵고 짠 반찬에 속하니 조심해야 한다. 좋아하는 짜장면과 짬뽕도 멀리해야 한다. 김치볶음밥이나 비빔밥은 괜찮으려나. 생선회와 초밥은? 이렇게 따지다 보니까 먹을 게 없다고 느껴진다.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가 될지는 몰랐다. 그리고 여기서도 음주문제가 나오고 있다. 결국 다시 술의 문제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제 드디어 술을 끊어야 할 때가 된 것 이다. 아니면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린다고 했으니 나는 이주제주(以酒制酒), 술로 술을 한 번 다스려 볼까. 그러고 보니 술은 맵거나 짠 음식에 해당되지 않는데.
나는 폴대를 끌고 입원실을 나왔다. 침대에 앉아서 면벽수련(面壁修練) 하듯이 고민하면서 벽만 보고 있기도 힘든 노릇이다. 건물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천천히 1층 편의점에 가서 시원한 음료라도 구입해보자. 가급적이면 대장에 좋은 과일이나 채소를 재료로 사용한 음료도 좀 찾아보고.
왠지 입원생활이 마무리되면 내 식습관이나 생활습관도 많이 바뀌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좋은 쪽으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더이상의 육체적 고통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