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미스터리'... 언론사와 검찰 중 누가 낚였나?

검찰 '단독범행' 발표에도 <신동아>·<매일경제> '짝퉁' 가능성에 무게

등록 2009.01.11 22:08수정 2009.01.1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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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에서 나와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에서 나와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 유성호


구속된 31살 박모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을까? 그렇다면 <신동아>와 인터뷰한 미네르바는 누구일까?

미네르바 박모(31)씨는 10일 검찰에 구속됐지만, 그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미네르바 진위 논란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우선 미네르바를 인터뷰했다는 <신동아>나 정부 당국자에게 확인했다며 미네르바의 신분을 처음 보도했던 <매일경제>가 박씨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보도와 주장이 사실이라면 구속된 박씨는 미네르바가 아니거나 최소한 미네르바는 한 명이 아니게 된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바로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글을 기고한 미네르바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박씨가 검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미네르바와 접촉했다는 매체는 <신동아>가 유일하다.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매경>이 추측한 미네르바는 누구?

<신동아>는 지난 12월호에 미네르바 기고문이라며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 환투기 세력 노란토끼의 공격이 시작됐다'를 실었다. 또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절필 선언 후 최초 토로'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도 실렸다. 이 기사에서 미네르바는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 체류 경험도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은 박씨는 구속되기 직전 "월간지와 인터뷰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이 밝혀주길 바란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박씨만 부정하는 게 아니다. <신동아>측 역시 마찬가지다.

<신동아>는 공식적으로는 "곧 발간되는 2월호를 통해 밝히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동아> 내부에서는 "검찰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 (박씨는) 가짜다"라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동아>의 한 관계자는 "송문홍 편집장이 미네르바를 직접 접촉했기 때문에 여타 기자들은 사정을 잘 모른다"고 전제한 뒤 "검찰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 짝퉁 미네르바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박씨가 검색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이전에 쓴 글들을 보면 검색만 잘해서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최근에 쓴 글이나 검찰에서 쓴 글은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씨가 무직이란 점을 강조하며 미네르바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등 '의도가 보이는'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검찰 수사에 의문을 나타냈다.

<신동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추정들이 맞다면 또 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역시 지난해 11월12일 "미네르바는 50대 증권맨"이라고 보도한 <매일경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내비쳤다.

<매일경제>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정부가 파악한 미네르바와 <신동아> 12월호에 글을 기고한 미네르바는 동일 인물이고, 이번에 구속된 미네르바는 다른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11일 오후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지난해에는 정보당국자의 말을 따 "나이는 50대 초반이고 증권사에 다녔고 또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남자"로 미네르바의 신상을 소개했다.

a  "미네르바의 정체가 50대 증권맨"이라고 보도한 <매일경제> 2008년 11월12일자 기사

"미네르바의 정체가 50대 증권맨"이라고 보도한 <매일경제> 2008년 11월12일자 기사 ⓒ 매일경제


<신동아>,<매일경제>가 낚였거나, 검찰이 망신당하거나

만약 미네르바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면 <신동아>와 <매일경제>는 적어도 '면피'를 하게 되고, 검찰이 체면을 크게 구길 수밖에 없다. 현재 두 매체는 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그 반대라면 <신동아>와 <매일경제>는 누군가에게 '낚여' 오보를 낸 것이 된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서 이를 보는 국민들은 더욱 혼란을 느끼고 있다.

"미네르바가 여러 명인 정황은 없고 일단 박씨 혼자로 파악하고 있다"(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고 8일 밝혔던 검찰도 논란이 확산되자 공범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그동안 글을 쓴 배경과 동기, 공범 여부 등을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여기서 공범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글은 여러 명이 쓰고 박씨 한 명의 아이디로 입력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누리꾼들도 인터넷 공간 여러 곳에서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네르바 팬이라고 밝힌 조재일(30)씨는 "박씨가 검찰에서 썼다는 글과 그동안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남긴 글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건, 미네르바 팬인 이들은 모두 알 것"이라며 '미네르바 조작설'에 무게를 두었다.
#미네르바 #신동아 #매일경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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