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의견 표현 때문에 체포?
한국인 아니지만 미네르바 체포에 짜증납니다"

한국에 사는 프랑스인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

등록 2009.01.12 14:49수정 2009.01.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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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앵 브뤼노 기자는 2002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는 프랑스인입니다. 비록 프랑스인이지만 미네르바 체포 소식을 듣고 "이런 일을 막을 수 있기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마이뉴스>에 글을 싣는다고 밝혔습니다. [편집자말]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10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성호
요즘 나는 여러 이유로 <오마이뉴스>에 많은 글을 올리지 못했지만 최근 이명박 정부가 한 일 때문에 참을 수 없어서 오늘 다시 한 번 기사를 쓰게 되었다. '미네르바'라는 사건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글을 쓴 사람이 체포되다니!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인 '척'하는 대한민국인가 보다.

나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미네르바가 체포되는 것을 보면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짜증이 났고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편지 쓰는 것이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의 권리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똑같은 문제에 대해 편지를 쓴다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여러 권리가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으며 때론 그 내용을 정부에 알릴 수도 있다. 그 권리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미네르바'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줄어들 것같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줄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다음과 같은 위협을 하는 것같다.

'지금부터 우리를 비판하는 놈들은 조심해라. 이제 독재주의 수준이라 감옥을 피하려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라.'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친절한 충고다.

한국, 1960, 1970년대로 돌아갔나?


 검찰이 인터넷을 통해 허위 경제 위기설을 퍼뜨린 혐의로 체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수호 촛불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네르바의 석방과 인터넷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이 인터넷을 통해 허위 경제 위기설을 퍼뜨린 혐의로 체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수호 촛불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네르바의 석방과 인터넷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유성호

이명박 정부에서 누가 미네르바를 잡고 국민을 위협하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60, 70년 대에서 온 정치인인가 보다.

아무튼 나는 외국인이라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더 쉬운 일일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프랑스 사람이 쓴 글로 그 사람을 체포한다는 것이 좀 불편할 테니까. 물론 이 정부가 나같은 외국인을 더 쉽게 프랑스로 돌려보낼 수는 있겠지만 설마 감옥까지는 안 보내겠지?

문제는 미네르바 사건 때문에 자연스러운 민주주의적인 행동을 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앞으로는 조심스럽게 글을 쓰고 올릴 것 같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이명박 정부의 목적이다. 그런 정부의 일은 테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내 편지를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내가 쓴 이 편지를 기사로 쓴다.

나는 이 대통령에게 청와대 사이트의 외국인을 위한 메일 주소(foreign@president.go.kr)로 영문 편지를 보냈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한국어로 핵심만 번역한 내용을 이 기사에 함께 첨부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주시고 이 대통령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편지를 보내주길 바란다.

[편지 전문]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시겠습니까?"
Dear Mr President
대통령님

I am taking the time to write this letter because I am very concerned about the development of a case that has been reported in the news these last few days.
최근 뉴스에 발표된 한 사건이 심히 염려되어서 이 편지를 드립니다.

I am referring here to the "Minerva" case.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입니다.

I am deeply troubled by the fact that a person could be arrested on charges of supposedly advancing false arguments in one of his articles.
자신이 쓴 기사에 거짓 주장을 했다는 혐의로 누군가가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If Korea claims to be a democracy, it surely cannot arrest anybody on account of such charges. If it does arrest people in this manner, it will therefore mean that the Goverment of South Korea has decided to ignore the rule of law and freedom of speech, which is inscribed in the Korean Constitution itself.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혐의로 누군가를 체포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체포한다면 대한민국의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 자체에 쓰여진 법의 지배와 언론의 자유를 무시한다는 의미입니다.

I have the right, if I choose so, to express an opinion that might be against the government policy, or that might be wrong. I even have the right, as a private individual, to tell wrong facts about the government policies as long as I am not expressing these views to operate some fraud. After all, many people spend their whole life lying by omission, especially in business and politics, and never get arrested. People are free to listen, or not to listen, to any views, and to consider or not to consider them. But to arrest someone because of what he has written is, without a doubt, a return to authoritarian practices not worthy of the great country that is the Republic of Korea.
제가 선택한 거라면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의 의견이나 틀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있습니다. 개인으로서 사기를 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라면 정부 정책에 대해 사실이 아닌 말까지도 할 권리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경제나 정치계에 시작부터 끝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고 절대 체포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한 말을 듣거나 듣지 않거나 그런 말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또는 무시해도 됩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쓴 기사로 그 사람을 체포한다는 것은 확실하게 권위주의로 되돌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위대한 나라인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If people were to be arrested on this basis, the present Korean Government would probably need to arrest, or investigate, thousands of people expressing personal views displeasing some government officials. Since Korea prouds itself in being a vibrant democracy, there can be no such thing as an arrest on the basis of some personal view expressed, because the power of any democracy resides in its ability to allow all kinds of dialogues to take place and all kinds of views to be expressed, and, in particular, views that oppose Government policies, which are the proof of a sane and dynamic democracy.
이런 이유로 사람들을 체포해야 한다면 요즘의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 관리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을 체포해야 되거나 조사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스스로가 매우 활기찬 민주주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서 개인적인 의견 표현때문에 체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민주주의의 힘은 그 민주주의 안에서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 정책과 반대하는 논쟁들은 건강하고 역동적인 민주주의의 증거입니다.

"의견 표현 때문에 체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The power of a democracy resides in its people. I shall remind you a few articles of the Korean Constitution, on which all laws that exist in Korea are based and which is the foundation of Korea's democratic system of government.
민주주의의 힘은 국민입니다. 아래에 대한민국 헌법의 몇 가지 조항을 씁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법들은 헌법에 따라서 만들어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적 정부 체계의 근거입니다.

Chapter I - General Provisions
Article 1
(1) The Republic of Korea shall be a Democratic Republic
(2) The sovereignty of the Republic of Korea shall reside in the people, and all state authority shall emanate from the people.
제1장 총강
제1조
(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Article 7
(1) All public officials shall be servants of the entire people and shall be responsible to the people.
(2) The status and political impartiality of public officials shall be guaranteed as prescribed by act.
(Source: "Labor Laws of Korea 2005" - Publisher: Ministry of Labor)
제7조
(1)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2)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As you will have observed, and as you already know, the word "people" is the key word of these articles. Therefore, when one "people" is arrested in the manner as "Minerva" has been, it has serious implications for all the other "people" of the Republic of Korea. Namely, the potential outstripping of their personal liberties.
보시다시피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런 조항의 핵심은 바로 국민입니다. 그래서 어떤 "국민"이 '미네르바'라는 사람처럼 체포가 된다면 다른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아주 심각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국민들의 개인 자유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Mr President, you have been elected by the people to serve the people. As previous events during your presidency have shown in 2008, your role is to serve the people as President, the most illustrious position any Korean can hope to reach through hard work, talent, dedication and personal sacrifice.
대통령님,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이 되셨고 국민들에 봉사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대통령보다 더 유명한 자리에 도달할 수 없고 대통령이 되려면 부지런함, 능력, 그리고 헌신과 개인적인 희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통령 되시고 나서 꼭 기억하셔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역할이 국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2008년에 여러 일로 인해 이러한 사실들을 재확인 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I have no doubt you are aware of the supreme honour that is being President of the great Korean people, and I also do not doubt that your life has been dedicated to the advancement and betterment of your country, like so many other hard-working Koreans of your generation. Ordinary citizens know this and are thankful to you for having fulfilled this task of the most honourable manner. Nonetheless, the events I was referring to at the beginning of this letter are worrying in the extreme, because they threaten one central tenet of a democracy: freedom of speech; the right of all individuals to express their views, be they for or against the government.
대통령 역할보다 더 자랑스러운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다고 확실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은 시대 열심히 일했던 다른 국민들과 같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대통령께서 평생 최선을 다 하셨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는 것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편지의 첫 부분에서 말씀드린 일은 아주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언론의 자유, 개인이 정부에 반대하거나 안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의견 표현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If that basic tenet becomes threatened, we will witness no less than a threat to democracy itself.
이런 기본적인 원리가 위협받는다면 민주주의 자체에도 위협이 될 거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Mr President, it is the proof of a sane and vibrant democracy when opposing views can be expressed without fear of being arrested by the Government in place. If that were to disappear from the Korean political life, it would mean no less that a return to the days of authoritarian regimes that Koreans had to live through for many years and during which so many people suffered.
정부에 대한 두려움 없이 체포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 건강하고 다이나믹한 민주주의의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정치계에서 없어진다면 권위주의적인 정부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를 합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시대를 이겨내고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Please, do not impose on Koreans a return to darker days nobody really wishes for any more. Even though I am only an ignorant foreigner coming from France and living in Korea since 2002, and therefore I might not be someone to listen to when it comes to Korean internal matters, I am not ignorant in the principles of democracy. In that, you can trust me. That is why I am hoping your Government will eventualy realize it is not in Korea's interest to arrest people based on anything they might have said or written.
제발 어두운 시대로 돌아가지 마십시오. 부탁 드립니다. 그러한 시대를 진심으로 그리워하는 한국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2002년부터 서울에서 사는 외국에서 온 무식한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을 수 있지만 민주주의에 대해 무식하지는 않습니다. 이것만은 믿어 주십시오. 그럼으로 어떤 개인이 한 말이나 쓴 글로 그 사람을 체포한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이익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통령의 정부가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I might even say that it could be probably be considered anticonstitutional. Athough I am not myself a lawyer, please let me quote here again the beginning of another article of the Korean Constitution.
뿐만 아니라 헌법과 어울리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변호사가 아님에도 대한민국 헌법에서 한 조항의 일부분을 인용해 드립니다. 그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Chapter II - Rights and duties of citizens
Article 21
(1) All citizens shall enjoy freedom of speech and the press, and freedom of assembly and association.
(2) Licensing or censorship of speech and the press, and licencing of assembly and association shall not be recognized.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21조
(1)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Mr President, with all due respect to your position, I humbly urge you, for the sake of Korea's democracy and future among the democracies of this world, to consider this letter with all due attention, and take appropriate measures to ensure the fundamental right of freedom of speech is not trampled upon.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미래의 민주주의 세상의 하나가 될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 기본인 언론의 자유가 짓밟히지 않도록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attention.
끝까지 읽어 주셔셔 감사합니다.

Respectfully yours,
Bruno Payen
#미네르바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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