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길라드 호주 부총리
호주 국회 홈페이지
그러나 캐빈 러드 총리가 휴가에 들어갔다고 해서 호주 정치에 공백이 생길 수는 없다. 그의 휴가 기간 동안 총리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이 줄리아 길라드 총리대행이다. 그녀는 러드 총리 취임 이후부터 부총리를 맡고 있다.
한편 내각책임제를 채택하는 호주에서 총리대행은 그냥 비상연락이나 취하는 '상황실장'이 아니다.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똑같이 부여받는다. 대행 기간 동안 명실공히 호주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여성이 호주 최고국정책임자가 된 사례는 길라드 총리대행이 최초다. 호주는 뉴질랜드에 이어서 세계 두 번째로 여성참정권을 부여한 나라다. 그러나 여성이 피선거권을 획득한 사례로만 치면 1902년 호주가 세계 최초였다. 그런 역사를 가진 나라치고는 호주는 여성의 정치적 부상이 많이 늦은 편이다.
참고로 세계 여성참정권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 1928년, 프랑스 1945년, 한국 1948년, 쿠웨이트 2006년으로 오래지 않다. 특히 민주주의가 일찍 뿌리내린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에 지구 한 귀퉁이였던 호주와 뉴질랜드가 여성참정권의 선구적 나라인 것도 특이하다.
지지율 70%의 러드 총리가 부러워하는 부총리
2007년 말 총선에서 승리한 캐빈 러드 총리는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 동기생'이다. 지난해 12월, 집권 1년을 맞은 러드 총리의 지지율은 정확하게 70%였다. 비슷한 시기에 집권 1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4.8%.
그런데 높은 지지율 덕분에 '미스터 70%'라는 별명을 얻은 러드 총리가 무척 부러워하는 정치인이 있다. 줄리아 길라드 부총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녀는 노동당 집권 1년 평가에서, 호주 유일의 전국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으로부터 10점 만점에 9점을 얻었다. 러드 총리는 10점 만점에 7점.
호주정치계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꽤 다양하다. 양대 정당인 노동당과 연립당 안에도 극우에서 극좌까지 다양하게 망라된다. 같은 노동당 소속이지만 러드 총리는 중도좌파로, 길라드 부총리는 극좌파로 분류된다.
최근 노동당 집권 1년 특집을 보도한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갈무리한 1등 공신으로 길라드 부총리와 린지 터너 금융장관을 지목했다. 러드 총리가 G-20정상회담, APEC정상회의 등에 참석하느라 해외출장 중일 때, 길라드 부총리가 적절한 판단과 결정으로 '핀치 히터'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한 것.
이 신문은 이어서 "캐빈 러드 총리와 웨인 스완 재무장관이 A팀이라면, 줄리아 길라드 부총리와 린지 터너 금융장관이 B팀인데, B팀의 성적이 오히려 낫다"면서 "호주를 국제금융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러드 총리의 해외출장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코믹한 만평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