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서 처음 만난 민중가요 책‘민중가요'의 '민'자도 몰랐던 스무 살 그 때, 조국통일, 학원자주라는 불순(?)한 말로 도배된 표지에, 아는 노래라곤 하나도 없던 저 파란 책이 나는 왜 그렇게 좋았을까?
조혜원
95학번 새내기, 민중가요에 뻑 가다그렇게 애써 노래 연습을 준비하다 보니 저절로 민중가요와 얽힌 내 삶을 더듬거리게 됐다. 비상 언니들처럼 낯선 민중가요와 맨 처음 만난 시간들, 나도 모르게 그 노래들에 온전히 나를 맡겨버린 추억들, 그 추억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지금 내 모습들까지. 나는 어느새 행복하고도 가슴 시릿한 '민중가요 타임머신'을 타고 있었다.
<95 새내기 새로 배움터 노래책>. 1995년 2월에 떠났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받았던 책이다. 내 삶에서 제일 먼저 만난 민중가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민중가요의 '민' 자도 몰랐던 스무 살 그때, '조국통일' '학원자주'라는 불순(?)한 말로 도배된 표지에 <나는 문제없어> 말고는 아는 노래라곤 하나도 없던 저 파란 책이 나는 왜 그렇게 좋았을까?
입시에서 해방됐다는 기쁨이 무턱대고 마음을 열게 만든 것인지, 내 마음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던 끼가 불쑥 튀어나온 것인지 지금도 그 까닭은 정말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저 파란 책을 그때부터 십여 년 지난 지금까지 그 어떤 책보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 그뿐이다.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뻑 가서, 저 노래책 뒤표지에 나오는 '노래문화연구회 맥박'이라는 동아리에 들어가서는 대학생활 전부를 그 공간에서 보냈다는 것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