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는 어린이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저도 몇 랜드를 보탰습니다.
이안수
여행이 제게 그것을 알려줍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제게 가르쳐줍니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제가 가고자 했던 곳에 이미 수천 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함박 웃음과 제가 도달하고자 했던 그 곳에 먼저 와 있는 사람들의 손짓 한번이 앞으로 무수히 마주쳐야 할, 제가 양갈래길에서 어느 길을 택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일소해 줍니다.
제가 여행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홀로 승리하는 법 대신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연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여행도 피아 경계를 허무는 마력이 있습니다. 첫 대면에서는 머슬머슬했던 것들이 시간과 함께 계면 활성제를 뒤집어 쓴 옷의 때처럼 떨어져 나가기 마련입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일주일. 이제 애초의 그 서먹함은 사라지고 요하네스버그의 어떤 사람들과도 웃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이곳에서의 사람들이 제게 기꺼이 표면활성제가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어제 다시 소웨토에 들어갔었습니다. 아리잠직한 고등학교 일학년 소녀들을 만났습니다. 깊이 파인 재킷에 뽕브라(볼륨 업 브래지어)를 하고 가슴 계곡을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13살의 그 소녀들은 소웨토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멋을 내고픈 성급한 마음이 어른들의 스타일을 쫓았지만 아직 앳되고 천진한 표정을 숨길 수 없듯,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속내를 감출 수는 없지요. 그들은 행복이 부자들의 높은 전기 담장 너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담장 없는 소웨토의 낮은 지붕 아래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