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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추위 속 강서습지 생태공원에서 만난 철새들!! ⓒ 이장연
'개발'이란 이름으로 농촌과 논, 숲이 사라지기 전에는 겨울철새 특히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큰기러기가 파란 하늘을 'V자'로 줄지어 날아가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시의 거친 소음에 묻히기 전에는 기러기 특유의 울음소리도 정말 선명하게 들려왔다. 자동차를 타고 유명 철새도래지를 찾지 않아도, 고개를 돌려 논두렁과 천변을 살피면 두루미와 기러기, 청둥오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인기척에 놀라 "푸드득" 하고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면, 순간 넋이 나가곤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에서 겨울 철새를 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허울뿐인 자연형 하천 공사로 망가진 공촌천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집에서 키우는 거위와 집오리 그리고 참새와 산비둘기, 텃새인 백로 정도다. 재벌기업의 골프장 개발로 시름하는 계양산에서는 그 많던 꿩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정겨운 옛 마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사라졌듯이, 어렸을 적 자주 보아오던 야생동물들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 10일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던 길에, 행주대교와 강서습지 생태공원을 지나 한강 자전거도로를 지나갔다. 그 날도 오늘처럼 몹시 추워 생태공원과 자전거도로는 무척 한산했다. 이 강추위 덕분에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강변과 습지 곳곳에서는 겨울 철새들도 맘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방화대교 옆 물재생방류구 인근에는 수백 마리의 철새들이 일렁이는 한강 위에서 헤엄치며 먹이 잡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불어대는 강바람을 맞으며 반가운 겨울 철새들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자니, 한강과 굴포천을 연결해 서해까지 잇는 경인운하가 건설돼 화물선이 운행되면 저 철새들의 보금자리는 어떻게 될지, 사전환경성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철새들은 맘 편히 한강위에서 헤엄치고 날아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만에 하나 화물선이 전복되거나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