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이 남긴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과제

14년만에 돌아온 <종합병원>, 무엇을 남겼나

등록 2009.01.15 11:12수정 2009.01.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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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병원2>의 한 장면
<종합병원2>의 한 장면mbc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를 표방했던 MBC 수목드라마 <종합병원2>(극본 권음미·노창, 연출 노도철)의 시도는 과연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1994년 한국 의학드라마의 효시로 꼽히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종합병원>을 14년 만에 부활시킨 <종합병원2>는, 사실상 국내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본격 시도되는 첫 시즌 드라마라는 점과 이미 성공한 전작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간 국내에서도 <우리들의 천국>, <천국의 계단>, <궁>, <옥션하우스>, <안녕 프란체스카>처럼 사실상 속편 형식을 따르거나 시즌제를 염두에 둔 작품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이미 흥행작의 시즌제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있고, 장르별로도 <ER>,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 의학을 소재로 한 시즌제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케이블에서 시즌 4까지 제작된 <막돼먹은 영애씨>나 <별순검> 같은 실험적인 작품들이 장르형 시즌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에 힘입어, 공중파에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본격적인 '시즌제 의학드라마'라는 점에서 그 완성도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한국형 미니시리즈 - 미드형 시추에이션 드라마 '엇박자'

하지만 <종합병원2>는 전반적으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드라마 시장이 오랜 불황기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꾸준히 평균 10%대를 유지한 시청률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14년 전 1편이 누렸던 인기도나 전편의 화제성을 등에 업은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만족하기에는 어려운 성적표다. 또한 대중성을 떠나 드라마 완성도를 놓고 평가하더라도 배우 연기나 극적 설정의 리얼리티 등에서 잦은 논란에 휩싸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종합병원2>의 시행착오는, 캐릭터와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되는 미드·일드식의 구성과, 하나의 중심사건을 위주로 진행되는 한국식 드라마 구성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시즌제 드라마는 전체 줄거리보다는 캐릭터의 개성과 회별 에피소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시추에이션 드라마'다. 1회 단위로 중심인물들은 그대로지만 매회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 많다. 물론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주요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캐릭터의 성격묘사같이 고정팬들을 위하여 넓은 범위에서의 중심플롯은 있지만, 이전 회를 보지 않고도 다음 회를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흡인력 있는 갈등구조를 중시하는 한국드라마는 대체로 하나의 큰 주제를 바탕으로 주인공이나 중심사건에 관련된 자잘한 스토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성'이 더 중시된다. 논리적이고 정교한 구성보다는 시청자의 감성적인 코드에 호소하는 설정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전회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다음에는 줄거리가 어떻게 진행될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다.


<종합병원>2는 2~3회 분량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묶어서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뤄나가는 시추에이션 방식을 미니시리즈에 도입했다.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앞뒤로 연결고리가 느슨한데다 각기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시청자들을 이야기에 사로잡을만한 흡인력이 부족했다.

시청자들이 한국 미니시리즈에서 미드식 시추에이션식 구성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시청자의 감정선을 고려하기보다는 개별 이야기 진행에 급급하여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서툴렀던 것도, 이야기의 리듬을 번번이 끊어놓으며 몰입을 방해한 원인이었다. 드라마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타이밍에서 자주 엇박자를 드러내며 종종 스토리가 붕 뜨는 느낌을 안겨줬고, 드라마 중간중간 시청자들을 쉬어가게 할 만한 잔재미가 부족했다.

배우들 연기력이나 캐릭터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주인공 차태현과 김정은은 이미 전작을 통해 구축된 이미지가 강한 반면, 배우들의 연기 역시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한 듯한 모습으로 '구태의연함'과 '오버연기' 등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그들이 소화한 최진상이나 정하윤을 비롯하여 주·조연 배우들의 캐릭터는 대부분, 이미 기존 의학물이나 트렌디 드라마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캐릭터를 답습하는 설정으로 신선함을 스스로 깎아먹었다.

또한 병원을 무대로 한 전문직 드라마라는 장르에 걸맞지 않게 극중 의학적 설정이나 병원묘사에서 '리얼리티' 부재를 자주 지적받았던 것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그동안 의학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의료 소송과 장기 기증 등 민감한 문제를 이슈로 내세웠으며, 의료분쟁 전문변호사를 꿈꾸는 의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신선했지만, 정작 민감한 설정을 뒷받침해줄 만한 꼼꼼한 디테일이 부족했다. 특히, 단지 극적 갈등을 표출하기 위한 기제로, 의사들의 오진이나 의료사고 장면을 무분별하게 남발한 것은 오히려 병원에 대한 불신만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종합병원>의 성과는 일단 국내 공중파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재활용한 속편 제작을 넘어 시즌제 드라마의 정착 가능성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 자체만 놓고 평가하거나 의학드라마로서의 장르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평작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제작진과 방송국이 앞으로 <종합병원>을 3번째, 4번째 시즌으로 이어지는 정통 시즌제 드라마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번에 드러난 시행착오들은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가 될 것이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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