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멋지게 연속되는 숫자도 많은데......
박병춘
하루 일과 중 벽걸이 시계를 가끔 보게 되는데, 하필이면 44분대에 보게 되는 경우 시선을 후회합니다. '그래, 오후 4시 44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계를 마주치지 않을 테야!' 그렇게 마음을 먹고 시계에 무관심하기로 합니다.
그래봤자 의미 없지요. 나른한 오후에 동료 직원 한 분이 선잠을 깨는 말투로 경탄하며 한 마디 합니다.
"허어! 저 눔의 시계가 아주 멋지구먼! 사사사! 4자가 쫙이네!"
그렇게 해서 증오스런 4자를 또 보게 되더라고요. 독서라도 할라치면 44쪽을 보게 되고, 444쪽도 봅니다. 5시 44분, 6시 44분이 지나 퇴근길에 접어들 때 차량번호 '4444'를 보는 일은 고역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깟 4자에 연연할 인생이더냐' 정 깊은 벗들 만나 소줏잔 부딪치다 보면 잠시 4자 공포에서 벗어나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휴대폰이 부르르 떨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라고 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시죠? 대리운전입니다. ##44-4444!' 환장할 노릇입니다.
다음 날, 서울에 출장갈 일이 있어 기차를 탑니다. 이거 뭐, 사람 잡습니다. 4호차 44호석! 기차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탑니다. 4호선을 타고 사당역을 지납니다.
일상 중 안 보려 해도 안 볼 수 없는 숫자,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숫자 "4"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에 위안 삼아 그저 즐기고 마는 게 상책인 듯싶습니다. 세상사! 아무리 밉고 보기 싫은 존재라도 보듬고 더불어 살아가는 게 인생이겠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4'야! 일부러 따라다니거나 억지로 마주치려고 들지는 말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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