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장엔 명태포 뜨기의 달인이 있다

명절 일주일 앞둔 재래시장 '부천 자유시장' 표정

등록 2009.01.20 10:28수정 2009.01.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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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물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손님과 가게주인 정남순씨
나물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손님과 가게주인 정남순씨조정숙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에 있는 부천 자유시장은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전통시장으로서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상인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거듭나고 있는 시장 중의 한 곳이다. 길이 790m 폭 8m의 비교적 규모가 큰 시장으로 1998년 상인들의 노력으로 터널식 차양막으로 지붕을 만들어 비나 눈 등을 피해 마음 놓고 장을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전통시장이다.


친절한 말씨와 정직한 마음가짐으로 손님들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위해 상가협회와 중소기업협회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으며 5분 거리에 있는 대형할인마트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정 넘치고 사람냄새가 나는 재래시장이다.

1947년 당시 경인옛길도로 가장자리에 하나둘 좌판을 놓고 생계를 위해 장사를 시작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온 전형적인 재래시장이다.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주부들은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큰 관심사이기에 동향을 살피려 19일 자유 시장을 찾았다.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천 자유시장 풍경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천 자유시장 풍경조정숙

 설 명절때 차례상에 올라갈 대추가 곱다.
설 명절때 차례상에 올라갈 대추가 곱다.조정숙

 차례상에 올라갈 국산 공주밤이 반짝반짝 빛난다.
차례상에 올라갈 국산 공주밤이 반짝반짝 빛난다.조정숙

 차례상에 올라갈 상주곶감이 먹음직스럽다.
차례상에 올라갈 상주곶감이 먹음직스럽다.조정숙

아직 설 대목이 아니라서인지 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근교 대형할인마트에 북적거리는 틈을 간신히 빠져나와 한산한 재래시장을 돌아보자니 어느 때부턴가 편리함에 익숙해져 대형마트를 찾게 되어버린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서 인정 많고 정이 넘치는 전통 시장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앞선다.

예전 같지 않게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온갖 채소들이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었다. 설 명절을 위해 다양한 나물과 과일, 생선들이 곱게 단장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동태포를 뜨고 있는 배옥자씨 동태포 뜨기 달인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동태포를 뜨고 있는 배옥자씨 동태포 뜨기 달인이라해도 손색이 없다.조정숙

 조기를 손질하여 말리기 위해 씻고 있는 생선가게 주인 배옥자씨와 가게일을 도와 주고 있는 가게주인 동생
조기를 손질하여 말리기 위해 씻고 있는 생선가게 주인 배옥자씨와 가게일을 도와 주고 있는 가게주인 동생조정숙

동태포 뜨기 달인 28년 노하우 1분에 오케이


남편 류공식(55)씨와 함께 28년째 생선가게를 하고 있다는 배옥자(53)씨로부터 설 명절 분위기에 대해 들어본다.

- 설 명절을 앞두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것이 무엇이며 예년과 비교해서 판매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설 차례 상에 필요한 생선들을 주로 찾는데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전을 해야 하니까 동태포를 많이 사가구요. 조기도 사간답니다. 명절 2~3일 전에는 대목이라서 동태포를 뜰 새가 없어 오늘부터 미리미리 짬나는 대로 포를 떠서 보관한답니다. 차례상에 올릴 조기도 미리미리 손질해서 그늘에 말려서 보관해둬야 하기 때문에 무척 바쁘답니다."


동태포를 뜨는 솜씨가 28년 동안 쌓은 노하우로 달인에 가깝게 1분도 채 걸리지 않고 순식간에 포를 뜨는 모습을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작년에 비해 동태와 조기 값은 어떤가요?
"아직까지는 작년과 비슷합니다. 포를 떠 주는데 한 마리에 5천원 정도 합니다. 조기도 마찬가지구요. 다른 것에 비해 많이 오르진 않았지만 워낙 경기가 나쁘다 보니 명절 음식도 간소화 하는 모양입니다. 명절 대목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값을 물어보곤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 열심히 손질하고 있는 생선이 조기입니까?
"그렇지요. 조기에 알맞게 소금을 뿌려 절였다가 깨끗이 씻은 다음 그늘에 3일 정도 말린답니다. 조기가 꾸득꾸득해지면 3마리에 만원씩 판매를 하지요. 여기서 사다 드신 분들은 꼭 다음에 다시 찾아와 사가곤 한답니다. 명절에는 차례상에 조기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많이 찾지요.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이래저래 걱정이 앞섭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딸과 재래시장을 찾은 모녀와 야채가게 주인 이재열씨
장바구니를 들고 딸과 재래시장을 찾은 모녀와 야채가게 주인 이재열씨조정숙

대형마트파와 향수를 그리워하는 재래시장파

시장을 한참 돌다보니 채소가게에 사람들이 물건 값을 물어보며 필요한 것들을 고르고 있다. 설 명절을 대비해 각종 나물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명절 분위기가 난다.

5년째 채소가게를 하고 있는 이재열(54)씨와 아내 정남순(53)씨 힘든 일을 하면서도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은 친절한 말씨와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 몇 시에 가게 일을 시작하시나요?
"새벽 4시에 일어나 도매시장으로 물건을 하러 갑니다. 여섯시쯤 가게로 돌아와 물건을 정리하고 진열하고 손님은 9시쯤부터 받기 시작합니다. 명절 대목에는 8시쯤부터 손님맞이를 합니다."

- 예년에 비해 채소값이 얼마정도 올랐나요?
"지금 시세로는 30%정도 올랐는데 명절 대목이 되면 더 오르겠지요. 가격이란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명절 때가 가까워지면 아마도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가가 오르니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은 죽을 맛입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힘들긴 마찬가지지요."

- 가까운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어서 판매하는데 불편함은 없으신지요?
"아닙니다. 손님들을 보면 두 부류가 있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며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사람과 그래도 옛 향수를 느끼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쏠쏠함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은 꼭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지요. 주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오세요.

근래에는 단골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다국적이예요. 주 고객으로 중국 교포들이 많아요. 이제는 단골로 정해놓고 찾아와 물건들을 사간답니다. 대형할인마트가 있다고 해서 특별한 불편함은 없어요."

 치솟는 물가 때문에 가벼운 장바구니를 들고 가시는 할머니의 뒷 모습이 쓸쓸하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가벼운 장바구니를 들고 가시는 할머니의 뒷 모습이 쓸쓸하다.조정숙

 재래시장 바닥에 '4인가족 포장 7천원'이라는 글귀가  눈에 번쩍 들어온다.
재래시장 바닥에 '4인가족 포장 7천원'이라는 글귀가 눈에 번쩍 들어온다.조정숙

시장을 두루두루 돌아 나오니 장터답게 장터국밥을 파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땅바닥에 붙어 있는 종이 위에 4인 가족 포장 7천원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장바구니를 들고 딸과 재래시장을 찾은 모녀를 보니 모녀지간의 끈끈한 사랑이 묻어난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손에 든 장바구니도 채우지 못한 채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재래시장에서 이번 설 명절에는 딸과 함께 장을 보고 추억의 향수를 담아보려고 한다.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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