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화장장
이현숙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년. 그때는 성남에서 모셨고 화장장이 일찍 문을 닫는다며 정해진 시간 이후에는 아예 예약을 받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늦은 시간에 한다는 걸 보니 화장장 이용이 여의치 않다는 말이 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구상의 풍습 중에 뭐니뭐니해도 장례만큼 다양한 풍습도 없지 않나 싶다. 어느 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무조건 화장을 해 대문 옆 담장에 항아리를 묻어놓고 분골을 부어 놓는다고 한다. 할아버지건 손자건 다 한 항아리에다가.
그런가 하면 그 분골 항아리를 방에다 간직하는 나라도 있다니,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장례, 묘, 화장장 등 사람의 죽음에 관한 거라면 무조건 멀리 하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죽음에 대한 예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는 퍽 깍듯하다. 큰오빠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우리 바로 옆에는 동남아인 빈소가 있었는데, 그곳은 거의 비어있다시피했다. 출근 전 잠깐 들렀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돌아와 둘러 앉아서 좌담하면서 시간 보내다 이내 집으로 돌아갔다. 울거나 슬퍼하는 분위기도 없었고, 일부러 찾아오는 조문객도 없었다.
빈소를 비우면 절대 안 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이렇듯 우리도 죽음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를 가 봐도 묘소가 동네 한 가운데를 차지한 데도 있고, 아예 예쁘게 꾸며 관광지로 만든 곳도 있다.
우리도 이제 화장장을 혐오시설이라고 무조건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매장도 동네 주민이 반대해 여의치 않다고 하는데다 온 산을 다 산소로 만들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예전처럼 관리도 쉽지 않으니 화장 인구는 점점 느는 추세다. 1996년에 비해 2006년에는 무려 2,5배나 증가 56,5%가 화장을 선택했다는데, 그러고도 2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얼마나 늘었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는 화장장 건립을 반대할 게 아니라 지자체마다 하나씩 두어야 할 것 같다. 죽음이란 지역이나 계층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닥치게 마련, 태어나기 위한 병원이 있으면 소멸을 위한 화장장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무리한 강행이나 암암리에 추진하다가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혐오시설이라 부르는 시설들을 하나씩 나누어서 공평하게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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