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가죽이나 닳아빠진 구두 밑창이 그의 손을 몇 번 거치자 새롭게 거듭난다.
조찬현
이곳 단골인 임근홍(54)씨는 구두수선집 사장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나보다 남을 위하는 똑소리 나는 사람이라며 칭찬한다.
구두수선공 김씨는 신발이 잘 고쳐졌는데도 트집 잡아 가격을 깎는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고생했다며 덤으로 돈을 더 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신발에 관한 한 산전수전 다 겪어서일까. 그는 손님들의 신발만 보고도 몸 건강상태와 성격까지도 알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손님들에게 조언을 해주면 대부분 고맙다고 하지만, 고깝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당혹스럽다고 한다.
"꼭 이루었으면 하는 꿈이 있나요?""거창한 꿈은 없습니다. 경제가 어서 좋아져서 서민들이 잘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살기가 힘들 때 날이 추워지면 가진 자들은 잘 못 느끼지만 서민들은 조금만 추워도 추위를 많이 느껴요." 한때 양화점 기술자와 자동차 행상을 하기도 했던 그는 홀로 산다. 돈 벌어서 결혼하려 했었는데 계획이 번번이 빗나갔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었는데 실패를 거듭한 것이다. 인연이 되면 언젠가 짝을 찾게 될 것이라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좋다고 한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유로운 직업이라서 이 일을 평생 계속하겠단다.
그가 맨손으로 구두를 닦고 있다.
"장갑을 사용하시지 그래요.""장갑을 끼고 하면 곱게 안 됩니다. 체온이 있어야 구두약이 골고루 스며듭니다." 손이 시려도 아랑곳 않고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정성을 다한다.
맨손으로 구두를 닦는 그의 소박한 꿈이 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의 말마따나 경제가 좋아져서 서민들이 잘살았으면 좋겠다. 또한 장가를 가고 싶다는 그의 꿈이 꼭 이루어져 번쩍번쩍 광나는 인생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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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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