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동의 없는 부검, 전두환 때도 없던 일"

▲ 용산재개발지역 철거민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유가족과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는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청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동의없는 강제부검에 대해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 권우성

▲ 용산재개발지역 철거민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유가족과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는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청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 동의없는 강제부검에 대해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한 유가족이 이명박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3신 : 21일 오후 6시 50분]

범대위 "김석기·원세훈 구속수사하라"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4시 참사가 발생한 사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의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박래군 인권대책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퇴진'을 대표기조로 정하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며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행안부장관 구속수사', '뉴타운재개발정책 전면 중단'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광운 한국진보연대 의장은 "소고기 판매과장 이명박 정권은 살인을 저질렀다"며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게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티즌 대표 백은종씨(안티엠비 카페 운영자)는 "어제 보석으로 감옥에서 나왔다. 좀 쉬고 싶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왔다"며 "매트리스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압한 것은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원회는 매일 저녁 7시 촛불 추모대회를 용산 참사 현장에서 열 계획이다. 또 1차 범국민추모대회를 오는 23일 저녁 7시 서울역광장에서 열 계획이다. 추모 대회는 설 연휴 기간에도 계속된다.

한편 사고 현장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 아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유승희(35)씨는 "인터넷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나왔다"며 "(현 정권이) 서민들을 쓰레기 취급하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현장의 모습이 내 아이의 미래가 될까봐 두렵다, 자꾸 눈물이 난다"라며 눈가를 훔쳤다.

▲ 고 이성수씨 부인 권영숙씨가 유가족 동의없는 강제부검에 대해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 권우성

▲ 기자회견장 뒤편 시신 안치실 입구는 경찰 수십명이 봉쇄하고 있다. ⓒ 권우성

[2신 : 21일 오후 3시 30분]

병원 찾았다가 10분만에 돌아간 국무총리

"병원까지 오셨는데, 왜 유가족들 안 만나시고 가십니까?"

"......"

한승수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을 방문했다. 한 총리는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용산 철거민들을 잠시 만나고 10분만에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한 총리는 이 병원에 장례식장에 모여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다. 현재 순천향대 병원 영안실에는 용산 철거민 현장에서 사망한 시신 5구가 안치돼 있다. 유가족들 역이 이 병원 영안실에 모여 있다.

한 총리는 "왜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굳게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철거민 부상자 병실, 사복경찰이 '통제'

용산 철거민 부상자 네 명이 입원해 있는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교 병원 입원실 앞에는 사복경찰이 배치돼 외부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부상자 네 명은 20일만 해도 병원 6층, 7층, 별관 등에 따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부상자들은 21일 낮 이후로 세 명은 8층, 나머지 한 명은 7층 병실로 옮겨졌다. 8층에는 현재 사복경찰 두 명이 배치돼 외부인들의 철거민 부상자 접촉을 봉쇄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한 사복경찰은 "중앙지검에서 48시간 동안 이곳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이번 사건이 민감한 사안이라서 조사팀에서 외부인들의 성급한 접근을 꺼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사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가족 이외 사람들 접근은 막겠다는 것이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다인실을 이용하려는 대기자들이 많지만 용산 관련 부상자들을 우선 배치하라는 외부의 지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승수 총리가 오후 2시 반경 부상자들을 방문했다. 방문 시간은 10분가량이었으며 한 병실당 1~2분간 머물렀다. 한 철거민 부상자는 "한 총리가 붕대 감은 부분을 쓰다듬으며 '의사선생님이 잘 봐주니 곧 쾌유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자 지모씨는 한 총리가 방문했을 때 소리를 지르며 거칠게 항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철거민 사망자들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 통제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저녁 7시부터 용산 철거민 참사 사고현장에서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1신 : 21일 오후 2시]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해 시신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오늘(21일) 새벽 3시에야 남편 시신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 발끝만 남고 나머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 탔다. 정말 치가 떨린다. 하지만 신분증이 손실되지 않고 나왔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해 시신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용산 철거 진압 참사로 남편 이성수씨를 잃은 권영숙씨는 몸을 떨었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분노와 슬픔이 권씨의 몸을 지배한 듯했다. 권씨는 온 힘을 다해 말을 토해냈다.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되죠.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진상을 밝혀주십시오. 나도 끝까지 밝혀 낼 것입니다."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순청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비상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은 유가족들의 눈물과 탄식, 그리고 무리한 진압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경찰은 용산 철거민 진압 과정에서 숨진 5명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 앞에 전경 약 100여 명을 배치하고 유가족들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했다.

유가족들과 용산대책위에서는 이명박 정부를 '학살정권'으로 규정하고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가족 동의 없이 빠르게 부검을 진행한 이유 규명 ▲진압 당시 화재의 원인 규명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퇴진과 구속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런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학살 정권에 맞서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가족들과 용산대책위는 유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부검한 원인이 무엇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신원 확인도 되지 않은 고인의 시신을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단 12시간 안에 부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는 사건의 원인을 은폐하고 조속하게 사건을 축소하고자 하는 시도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용산재개발지역 철거민 강제진압 작전 도중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가운데 21일 오전 철거민 5명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시신 안치실 입구를 경찰이 봉쇄하고 있다.권우성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경찰들을 향해 "경찰이 왜 시신을 지키나" "과잉충성 하지 마라"며 항의하자, 경찰들이 등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인 채 외면하고 있다.권우성

현직 의사도 정부의 발빠른 부검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오늘 새벽 유족 측의 입장에서 부검현장을 참관하러 왔는데, 이미 부검이 끝나 시신이 영안실에 안치돼 있었다"며 "변사체를 발견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유족을 찾거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인데, 이를 생략하고 부검부터 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검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신원 확인인데, 어떤 시신에서는 신분증도 나왔다"며 "경찰에 의한 과잉 진압이나 폭력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이미 부검과정에서 두개골이 분해되어 그 부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시신 5구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숯같이 참혹하게 탔고, 팔이 꺾이거나 몸이 뒤틀려 있어 마지막 순간에 무척 고통스럽게 죽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1989년 변사체로 떠오른 이철규 조선대 학생 사건 때도 유족의 동의를 거쳐 유족이 의뢰한 의사 입회하에 부검을 했었다"며 "신원 확인을 위해 유족 동의 없이 부검했다는 건 결코 정당하지 않다,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에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한승수 총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했는데, 사실 리모컨을 들고 이번 사태를 조종한 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가"라며 "국민들은 지금 현 정권이 있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리는 도중에 일부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현장을 지키는 경찰과 충돌 하는 등의 소란도 벌어졌다.

인태순 전철연 협상 대표는 현장에 있던 용산경찰서 관계자에게 "당신이 이곳에 올 자격이 되느냐"고 따졌고, 이에 놀란 용산경찰서 직원은 급히 줄행랑을 쳤다.

▲기자회견 도중 용산경찰서 형사가 회견장앞에 나타나자 한 철거민 단체 회원이 "여기가 어딘데 왔냐"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권우성

또 회견 도중 고 윤용한씨의 아들이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갑자기 기자회견장으로 달려오기도 했다. 전철연 회원들은 "OO야, 이러지 마라, 살아계시는 어머니도 생각해야지"라고 달래며 겨우 진정시켰다. 이후에도 윤씨 아들은 장례식장 바닥에 누워 한참을 흐느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전철연 회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용산대책위는 향후 유가족과 협의해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희생자 추모 및 정부 항의 촛불집회를 매일 저녁 7시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용산대책위는 이날 오후 4시 앞으로의 계획과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2009.01.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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