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거부당한 한나라당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의원들이 22일 오전 용산철거민 참사로 숨진 철거민 사망자 5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위해 방문했으나 유가족들의 거절로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용산 철거민 사망자 5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순천향대학교 병원을 찾았지만, 유족들의 반발로 조문을 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박순자, 공성진 의원 등 최고 의원들과 함께 오전 11시쯤 4층에 있는 순천향대학교 분향실을 찾았다. 그러나 분향실에 박 대표가 들어서는 순간 유족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살려내라'며 소리를 질렀다.
유족들은 "살아 있는 사람 다 죽여 놓고 뭐하려 왔냐. 정권은 사람 다 죽이는 곳이냐"고 외치면서 박 대표 일행을 내쫓았다.
유족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박 대표는 조문을 못하고 바로 병원 1층으로 내려갔다. 박 대표가 병원 사무실로 들어가자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경찰들은 문을 막아섰다. 박 대표 일행과 함께 온 한선교 의원이 나와서 "병원 책임자는 누구냐, 검찰청장은 어딨냐"고 하자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 나와 사무실로 들어갔다.
5분 정도 뒤 의원들이 차례로 사무실에서 나왔다. 박 대표는 "돌아가신 분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병원 밖으로 나갔다.
병원 밖에서 박 대표는 "지금 조문은 못했지만 돌아가겠다. 하지만 마음은 이곳에 두고 가겠다"며 "돌아가서 돌아가신 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뒤 한나라당 버스에 올랐다.
심상정 "서민에게 두려운 대한민국이 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다른 당의 국회의원들도 용산 철거민 빈소에 방문했다. 22일 오후 2시5분께 친박연대 국회의원 5명과 대변인 1명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족들은 "국회의원들은 들어오지마라. 친박연대나 한나라당이나 똑같은 거 아니냐"며 조문을 막았다. 유족의 저지를 받았으나 친박연대 의원들은 간단하게 조문한 뒤 바로 빈소를 빠져나갔다.
전지명 친박연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 45분께는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가 분향실을 찾았다. 심대표는 유족들의 환영을 받았다. 심 대표는 "이 사건은 개각과 함께 공안통치에 드라이브를 하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화려한 휴가'"라고 비판했다.
"이주대책 마련은 상식적으로 정당한 요구다. 그런데 아무런 대책 미련을 하지 않고 공권력과 폭력으로 내쫓은 것은 땅부자들을 위해서 서민을 대청소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엔도 대책 없는 강제 철거는 인권 유린으로 금지했다."
심 대표는 "대한민국이 서민들에게 두려운 대한민국이 되고 있다"며 "검찰은 이미 이 사건을 수사할 자격을 잃었다. 국회 주관하에 진상 조사해서 그 결과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25분께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순천향대학 병원을 방문했다.
정세균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병원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이 "우선 회의를 한 다음에 들여보내 주겠다"고 문을 막았다. 이 말을 들은 정 대표와 다른 의원들은 10분 가량 문 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남 의장은 "진상규명 후에 국회의원을 만나겠다"며 조문을 거부했다.
정 대표는 발길을 돌리면서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오죽하면 조문을 거부하겠느냐"며 "우리 당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철거민 참사 현장에 갔다가 경찰들에게 폭행을 당했던 창조한국당 국회의원 유원일 의원도 장례식장을 찾았으나 빈소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유 의원도 "진상 위원회를 조직하여 사실을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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