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야 내년엔 예쁜 아가도 데려오렴"

정초에 천상의 새, 두루미를 떼로 보다

등록 2009.02.09 10:29수정 2009.02.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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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노을이 지는 하늘을 가로질러 두루미라도 날아가는 날이면 그날은 정말 횡재한 거다
저녁노을노을이 지는 하늘을 가로질러 두루미라도 날아가는 날이면 그날은 정말 횡재한 거다송진숙
▲ 저녁노을 노을이 지는 하늘을 가로질러 두루미라도 날아가는 날이면 그날은 정말 횡재한 거다 ⓒ 송진숙

 
두루미 아버지 최종수씨
 
이맘때면 철원에 진귀한 손님들이 와 있다.

이번에도 그 손님들을 보러 갔다. 늦가을쯤 와서 봄쯤에 떠나는 철새들 그 중에서도 학이다. 두루미라고도 불리는 학이 그들이다.

 

조상들이 상서롭게 여겨왔던 새를 한 두마리도 아니고 떼로 본다는 건 행운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축복이었다. 두루미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울음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두룩두룩 소리를 낸다고.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처럼 소리를 따서 지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재두루미  성년이 된 재두루미
재두루미 성년이 된 재두루미송진숙
▲ 재두루미 성년이 된 재두루미 ⓒ 송진숙

 

철원에 가면 두루미 아버지 최종수씨가 있다. 새가 좋아서 1992년부터 철원에 눌러 앉게 되었고 아침 저녁으로 관심을 갖고 돌아보게 되었단다. 그의 이야기에 의하면 두루미는 대체로 세 마리 아니면 네 마리씩 어울린다고 한다. 알을 2개씩 낳아서, 새끼는 다 부화가 되면  새끼 2 마리 합쳐서 가족 4마리가 오거나 아니면 3마리가 온다고 한다.

 

작년에 왔던 애인지 처음 온 애인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단다. 더 놀라운 건 두루미 부부가 작년 그대로인지 짝이 바뀌었는지 조차도 알 수 있단다. 두루미에 대한 그의 애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루미는 철저하게 가족중심인 모양이다. 새끼는 머리부분에 붉은 색이 아닌 갈색을 띄다가 성조가 되면 머리에 붉은 색을 띄고 부모와 헤어져 짝을 찾게 된단다. 독립한 성년군은 무리지어 다니기도 한다.

 

두루미의 자식교육

 

최종수씨의 차는 이미 두루미에게 입력이 되어서 가까이 있어도 경계를 하지 않고 안심하며 먹이를 먹는다. 그 밖의 낯선사람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경계를 한다. 동물적 본능인가보다. 속된 말로 새대가리라고 사람들을 놀리는 말도 있는데 정정해야 할 것 같다. 새에 대한 모욕일 것같다.

 

흰두루미 제일 오른쪽 두루미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 두루미.
흰두루미제일 오른쪽 두루미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 두루미.송진숙
▲ 흰두루미 제일 오른쪽 두루미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 두루미. ⓒ 송진숙

 

두루미를 비롯한 새들을  관찰할 때에는 알록달록한 원색무늬의 옷을 피해야 하고 차를 가지고 갈 때는 서행을 하되 전조등을 키지 않아야 하고, 가능하면 정지하지 않아야 새들이 놀라지 않는다고 했다. 보호막 친 안으로는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데 꼭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조심해야 할 일이다.

 

낯선 사람이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었을 때 사진이야 잘 나올 수 있지만 대신 두루미는 날아가 버리고 위험지역이라고 생각되면 다시는 그 장소로 안 온다고 한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관찰할 기회를 뺏어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최종수씨의 차를 타고 가면서 설명을 들었다. 두루미가 가까이 있어서 사진좀 찍으려 했더니 낯선 사람의 방문으로 새끼 두루미가 불안해 한단다. 아빠 두루미 왈 "저사람들은 우릴 해칠 사람이 아니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라고 말했을 텐데, 우리가 가까이 있으면 두루미 아빠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라며 정지하지 말고 조금 더 진행을 하잔다.

 

되돌아보니 두루미는 날아가지 않고 먹이를 먹고 있었다. 두루미의 마음을 읽는 그의 각별한 애정에 감동이 왔다.

 

석양에 두루미 나는 모습을 보았다. 한장의 연하장을 보는 것같았다. 두루미의 먹이를 줘 보라고 했다. 그의 차에는 늘 먹이를 싣고 다닌다고 했다.

 

"두루미야, 이 먹이 잘 먹고 내년에 또 와. 내년에 올때는 예쁜 아가도 데리고 와."

 

두루미의 서식지로는 물있는 논이 좋다

 

두루미들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다. 좋은 서식지란 물웅덩이가 있어서 잠을 잘 수도 있고 물고기나 우렁이를 잡아 먹으며 단백질 보충을 할 수 있는 곳, 논은 계단식 논들이 좋단다. 먹이가 풍부해 제일 적합하다고 했다.

 

요즘 논은 이듬해 농사를 위해 갈아 엎고, 농약을 쳐대서 물고기를 하나도 못살게 하고 게다가 거름까지 뿌려대서 낟알을 찾을 수가 없고, 탈곡한 짚은 꽁꽁 묶어서 필름으로 감아놓아 먹이를 찾을 수가 없다. 경지정리한다고 트랙터 동원해서 시끄럽게 하고 흙을 다 헤집어 놓는다.

 

최종수씨의 두루미 보호 활동이 처음엔 농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새들이 나락을 까먹는 등 농사에 피해만 간다고 생각해서 새를 좋아하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안타까웠다. 무조건 새들만 보호하자고 주장할 수만도 없었다. 새들을 보호하면 농민들에게도 돌아오는 게 있어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래야 두루미를 계속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논을 갈아엎지 않는 조건으로 쌀값을 좀 더 쳐준다고 했다. 그럼에도 곳곳에 경지정리 공사로 시끄럽기도 하고 흙도 파헤쳐져서 새들이 불안해보였다.  이제 그는 생태학교를 운영하며 탐조여행자 가이드를 하면서 새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온몸으로 알리고 있다.

 

요즘엔 두루미가 서식하기에 좋은 곳을 가을걷이가 끝나면 땅을 임대해서 물을 가둬 놓거나 소똥같은 거름 대신 짚을 거두어가지 못하게 하고 짚을 썰어서 논바닥에 깔아 놓는다. 낟알이 두루미를 비롯한 먹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짚이 썩어 논도 비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원 들판의 저녁 노을 철원 들판의 저녁 노을은 한폭의 그림이다.
철원 들판의 저녁 노을철원 들판의 저녁 노을은 한폭의 그림이다.송진숙
▲ 철원 들판의 저녁 노을 철원 들판의 저녁 노을은 한폭의 그림이다. ⓒ 송진숙

 

두루미는 자기 영역이 따로 따로 있단다. 낮에는 자기영역에서 가족단위나 또래단위로 먹잇감을 찾거나 깃털을 고르기도 하는 등 생활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잠자러 가는 곳이 물이 많은 곳을 찾아간다. 토교저수지가 두루미의 주요 숙박처다. 다른 동물들 예를 들면 삵 등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수지 등에 떼로 모여 잠을 잔다.

 

아침이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각자의 영역으로 날아간다. 절대로 남의 구역에 간섭하지 않는 모양이다. 두루미 날아갈 때의 날개짓소리가 지상에 있는 우리에게까지도 선명하게 들린다. 신년에 보는 천상의 새 두루미의 비상은 2009년 한 해를 어렵지만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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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숙
덧붙이는 글 경험담
#두루미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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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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