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길기찻길과 17번 국도와 섬진강이 나란히 따라간다.
송진숙
압록유원지에서 가정역까진 1시간이면 될 줄 알았다. 1시간 40여 분이나 걸렸다. 예쁜 역이 건너편에 보인다. 붉은색의 아담한(?) 다리 두가현수교를 건너면 가정역이다. 4량이 달려있는 꼬마기차가 보인다. 시간표를 보니 하루에 3번.
기차는 더 이상 달릴 것 같지 않아 철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엔 국도 17번이 달리고 17번 도로 옆에는 기찻길이 나 있는 것이다. 반대쪽엔 산길로 자전거길이 나 있다. 간혹 자전거 타는 사람이 보인다.
섬진강 건너편에는 이곳이 심청이의 고향이라는 표식을 곳곳에 해놓았다.
기찻길옆에 오막살이는 안 보이고 예쁘장한 증기기관차만기찻길이 7Km란다. 1시간 반이면 되겠지. 사진도 찍으면서 침목 사이를 한걸음으로 딛기엔 가깝고 침목 두 개를 건너뛰기엔 멀어서 애매했지만 재밌게 걸었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곡성의 기차마을에 닿아야 하는데 안 보인다.
기차마을이라는 아치형 설치물이 보인다. 곡성역으로 가서 남은 일정을 결정해야겠다 싶어서 곡성역을 물어서 찾아갔다. 밤늦게까지도 서울 가는 기차가 있다 했는데 곡성역은 굳게 닫혀 있고 불도 꺼져 있었다.
알아 봤더니 기차마을의 세트였던 것이다. 진짜 곡성역은 거기서도 10여 분을 넘게 갔다. 곡성역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남원으로 해서 지리산 온천까지 가기엔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 딸이 버스터미널로 가면 값도 싸고 빠르지 않겠느냐며 가잔다.
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타자마자 물었더니 남원 가는 버스는 삼사십분마다 있단다. 버스타고 내려서 다시 갈아타고 지리산 온천에 가려면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니 택시로 20,000원에 태워주겠단다. '낯선곳에서 밤길을? 누구한테 내생명을 맡기리?' 얼른 내려달라고 했다.
진행한 거리가 20m나 될까? 내리려는데 기본요금 2,500원을 내란다.
"바로 내렸는데 무슨 기본요금을요?""내가 서있던 자리에 다른 차가 서있으니 다른 차 뒤로 가면 영업에 손해인데 기본요금은 주셔야죠?"허걱했다. 아저씨 얼굴을 보니 긴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얼른 3,000원을 꺼내서 거스름돈 주는데 안 받고 그냥 내렸다. 말 길게 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스친다. 그 짧은 시간에.
서울가는 KTX표를 끊었다. 익산까지는 새마을호로 이동해서 환승하는 거였다. 우리의 여행은 여기서 끝났다. 3일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틀반 동안 90여Km쯤 걸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