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의 저자 이재호.
조경국
경주 배반동 효공왕릉 근처에 가면 호젓하게 자리한 한옥 네 채를 만날 수 있다. 수오재(守吾齋)란 곳이다. '나를 지키는 집'이란 뜻으로, 다산 정약용의 글 <수오재기>(守吾齋記)에서 따왔다고 한다. 근방에 천년고도의 증인들인 선덕여왕과 신문왕, 효공왕 등이 누워 있고 뒷동산에는 고즈넉한 솔숲과 대숲이 이 집을 포근히 감싸주고 있다.
수오재(守吾齋) 주인장 이재호는 '한옥 옮겨 짓는 사람'이다. "자연과 인간, 문화유산의 감동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1994년 삶의 터전을 아예 경주로 옮기고는 마산, 칠곡, 영천 등지의 한옥 고택을 옮겨와 이곳에 복원하기 시작했다.
수명을 다했다는 현대인들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그리고 도로, 공단, 수몰 예정 지역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던 수백 년 기왓장과 대들보, 대청마루에 그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것이다. 최근엔 전북 김제에서 고택 한 채를 더 옮겨와 초석, 입주 작업을 마치고 1월 중순 상량식을 열었다고 한다.
이재호는 또한 '걷는 사람'이다. 스스로 '기행전문가', '기행작가'라 칭한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초대 총무를 맡은 1987년부터 유홍준 교수(전 문화재청장) 등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 세계적으로 한 왕조가 천년을 지탱한 나라는 신라와 로마뿐. 그는, 스스로 밝히듯 "어릴적 동경의 세계였고 아득한 신비의 세계"였던 '경주'에 천착하기 시작한 뒤로는 '경주 지키미', '경주 알리미'를 자처하고 있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학자들과 동호인들이 경주에 오면 그를 앞세우곤 한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그를 일컬어 '노천 박물관장'이라고까지 했다.
경주알리미와 함께 일연스님 발자취 따라 걷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