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있는 소극장 인켈아트홀 2관. 평일 저녁인데다가 아직도 경기가 좋지 않아 극장에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친구에게 끌려서 보러왔다는 사람, 다시 보러왔다는 사람, 추천을 받아 보러 왔다는 사람 등 많은 이유로 모였다.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관람하러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공연이 시작한다고 해서 극장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좌석은 팔걸이는 없었으나 푹신푹신한 소재로 되어있어 생각보다 편했다. 무대에는 대나무에 삼베로 만들어진 천이 걸어져 있고, 칠성(七星)모양과 한자가 빽빽한 병풍이 세워져 있다. 그 앞에는 이제 염을 한 고인이 들어 갈 검은 관과 한지가 둘러진 탁자, 부조금 함, 의자 몇개와 탁자가 놓여져 있다. 관객들은 붉은 조명과 조용한 음악, 생소한 무대 때문에 연극이 시작하기 전에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다.
조명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 한 개만 켜진다. 연극은 염쟁이 유씨(이하 "유씨")가 병에 연꽃을 들고 들어오며 시작한다. 엄숙한 분위기이지만, 유씨의 핸드폰 벨소리를 들은 관객들은 웃음보가 터진다. 유씨는 관객 중 하나를 기자라고 부르고 나머지 관객을 "한국문화탐방대"라고 지칭하며 연극을 이끌어 나간다.
연극은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염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나는 이야기를 만담처럼 풀어내며관객과 소통하는 구조이다. 고인의 몸을 손으로 직접 풀어주는 것으로 시작으로 하여 대렴포로 감싸 관에 넣는 순서까지 염의 모든 과정을 설명과 함께 보여준다. 설명이 같이 들어있어서 관객들은 이해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만담같은 이야기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있는데, 매우 다양한 인물들이다. 여기서 연기자 유순웅씨의 연기력이 발산된다. 1인 15역을 해내는 그는 자신이 염을 해준 조직폭력배 부터, 간사한 장례사인 "장사치", 심지어 여자로 등장하는 "못된 여동생" 역할도 수월하게 해낸다.
만담을 계속하다가, 대렴포로 고인의 시체를 감쌀 때부터 유씨는 염을 하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인의 시체를 관에 넣고 관 뚜껑을 닫을 때까지 관객들은 조용히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다. 그리고 마지막 염을 끝낸 유씨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욱 힘든 것이여."
연극은 이렇게 끝이난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일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순간을 주었다. 자신이 연극 속에서 유씨가 이야깃거리로 삼았던 못 된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는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www.whiteflat.p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04 08:3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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