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뱅크외다리 아저씨가 돈을 환전해 나오는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윤인철
환전 후 숙소에 와 보니 머리가 하얗게 센 분이 앉아 계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쭈어 보니, 역시 인터넷 네팔 여행 사이트인 야크존에서 네팔 배낭여행에 대한 궁금증에 자세하고 정확하게, 친절하고 자상하게 답해 주시던 ID 백두산님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니, 올해 마나슬루에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사정상 취소하고 안나푸르나를 다녀온다고 했다. 한국에서 네팔에 대한, 그리고 트레킹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동경을 갖고 있을 때,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 주신 분이다.
오전에 등산 장비점에서 트레킹 용품을 구입할 계획이었는데, 웬만한 가게에 가서는 바가지를 쓸 것 같아 네팔짱 산적두목님께 함께 가기를 간곡히 청하였다. 운이 좋았는지 산적두목님과 백두산님이 동행해 침낭, 우모복, 고어텍스 재킷, 상의, 모자, 스틱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용품 대부분이 유명메이커를 도용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부딪히는 큰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가격과 흥정이다. 워낙 바가지가 유명한 동네인지라 흥정을 잘못할 경우에는 2배 이상의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게 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먼저 적정 가격의 1.5~2배 정도의 가격을 부르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그에 비례해 관광객 또한 1/2로 깎아 내리는 것이 거래의 정석이었다. 모두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피해자가 되는 네팔 경제의 악순환 거래 문화이다.
예를 들어, 고어텍스 재킷의 경우 처음에 65,000루피를 불러 비싸다고 하니, 45,000루피에 준다고 한다. 내가 당신이 팔 수 있는 마지막 가격(Last price)을 제시해 달라고 하자, 36,000루피를 부른다. 이거 참. 옷을 입어보고 '비싸서 살 수 없다'고 점잖게 사양하자, 원하는 가격을 부르라고 한다. 3,000루피 이상은 안 된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이것이 잘 성사된 거래인지 확인할 수 없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다른 가게에서 비슷한 물건의 가격을 묻지 않는 것이다.
이 거리에서는 모든 물건과 가격이 가짜였다. 물건도 짝퉁! 가격도 짝퉁! 하지만 내가 느끼는 찜찜함만은 짝퉁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