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화양연화'

등록 2009.02.04 16:12수정 2009.02.04 16:1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면서 혹 ‘삶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는 생각이나 어느 시절 ‘빛나는 청춘’이거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던’ 때의 기억 갖고 계신가요. 잘 알려진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그런 뜻이라고 하네요. 영화 속 중년남녀의 가닿지 못한 사랑의 애잔함이 늦은 밤 골목길 우산을 받쳐든 외투 위로 빗물처럼 천천히 젖어드는 느낌이었는데요. 같이 흘러나오는 ‘여인의 테마’와 어울려 참 쓸쓸하지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삶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어느 때가 있었다면 그 밑바닥에 진한 외로움이나 가라앉은 아픔이나 슬픔같은 것이 살랑거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리 보면 열정과 패기, 벅참, 용솟음 등으로 얘기되는 젊은 시절이 갖기는 쉽지 않은 느낌일텐데요. 그대로 말하자면 이런 감정을 가져본 기억도 없지만 이는 치기와 어리석음, 혼란과 동요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겠지요.

누군들 우여와 곡절의 세월을 살아내지 않았겠습니까만, 그렇다고 흔들리거나 사납고 어리석은 마음 보기좋게 다듬기야 했겠습니까만 왠지 조금은 마음이 커지고 주위를 돌아볼 줄도 알고, 아름다움이 또는 아픔이나 슬픔이 뭔지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어떻게 삶의 바탕이 되어 가는지를 알아채가는 느낌, 들지 않으신가요.

그래서인지 혹 누군가 나의 ‘화양연화’를 물어온다 하면 나는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시절이라 하고 그만큼 돌아봐야할 아픔이나 슬픔이 적지 않겠지만 제대로 이를 만지고 다독거리는 일까지 섞어서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아이들 옆구리를 찌른 탓인지 저녁에 아이들의 초대를 받아 시내의 조촐한 음식점에서 곰 네 마리 근사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오는 길에 마침 눈에 띄는 다이아몬드(비슷한) 귀걸이가 있어 아내에게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문득 아내가 빠진 나의 ‘지금’은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내를 혹은 반려(伴侶)라고 하지요. 해가 갈수록 ‘반려’의 의미가 온전하게 와닿습니다. 즐겨쓰는 말로 ‘세상의 절반인 내 편’을 든든한 배경으로 둔 지금 나의 모습, ‘화양연화’가 맞지요.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와 한겨례 등 내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한겨례 등 내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결혼기념일 #아내 #반려 #화양연화 #왕가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