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크웨어는 "개정된 개인정보취급방침에 이의가 있으면 회원탈퇴 하라"는 입장이다.
최경준
개인정보 안 주면 내 '아이나비'는 값비싼 장식품문제는 개인정보취급방침이 변경될 경우 모든 고객에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에 대해 의사 표명을 하지 않는 고객은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백씨는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동의 절차가 이뤄진 것에 대해 화가 났지만, 이제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팅크웨어의 개인정보취급방침 변경 공지문을 끝까지 읽은 백씨는 너무나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공지문 말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개정된 개인정보취급방침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경우, 회원 탈퇴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표현은 '요청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상 '회원 탈퇴를 하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회원탈퇴를 하면 더 이상 홈페이지를 통해 지도 업데이트를 받을 수 없다. 실제 백씨의 제보를 받고 기자가 직접 아이나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봤다. 다음은 상담원과의 대화 내용이다.
기자 "개인정보취급방침 변경에 동의할 수 없는데, 그럼 회원탈퇴를 해야 하나?"상담원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탈퇴를 해야 한다."기자 "탈퇴를 하면 홈페이지에서 지도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지 않나?"상담원 "그렇다. 하지만 업데이트는 서비스센터에서도 받을 수 있다.'기자 "아이나비 서비스센터가 그렇게 많나?"상담원 "그렇지는 않다."기자 "서울에 몇 개나 있나?"상담원 "(서울에) 2개 있다. 그리고 6개 광역시에 하나씩 있다."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것이 도로 상황이다. 매년 30% 가량 도로명 등이 바뀐다고 한다. 안전운행정보(속도제한 카메라) 역시 수시로 바뀐다. 내비게이션이 아무리 좋아도 지도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면 그저 차안에서 별 도움 되지 않는 값비싼 장식품에 불가한 셈이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의 생명은 지도 업데이트라고 한다.
백씨가 끝내 팅크웨어의 개정된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집이나 직장에서 컴퓨터로 쉽게 받을 수 있었던 지도 업데이트는 이제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그렇다고 서비스센터를 찾는 것도 수월치만은 않다. 대구에 살고 있는 백씨가 서비스센터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족히 40분을 달려야 한다. 가서도 문제다. 고장 난 내비게이션을 수리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구 경북에 하나 밖에 없는 서비스센터 앞에서 줄을 섰기 때문이다.
백씨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팅크웨어를 제소했다. 제소 항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불공정약관'이다. "정보통신사업자의 개인정보 수집항목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도록 한 약관은 무효"라는 게 백씨의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계약위반'이다. "2년 전 72만원을 주고 샀을 때는 이미 업데이트 비용을 다 물고 기계를 샀기 때문에 지금 와서 업데이트를 못하게 하는 것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백씨는 "2월 2일 이전에 구입한 사람은 이런 약관에 동의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가입했기 때문에 법률 불소급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업데이트를 볼모로 삼아 약관에 동의를 강요하고 있는데, 약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이나비가 시장지배적인 위치를 이용해서 고객의 정보를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수법"이라며 "이는 횡포를 떠나서 일종의 협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팅크웨어측 "이의 있으면 탈퇴"... 민변 "개인정보 수집 자체를 규제해야'하지만 팅크웨어측은 "개인정보취급방침이 변경된 것에 대해 기존에 회원으로 가입했던 분이 이의가 있으면 탈퇴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방침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팅크웨어의 한 관계자는 "재화를 지불하고 물건을 샀기 때문에 회원이나 비회원이나 똑같이 업데이트를 받아야 하지만, 워낙 제품의 도난 사례가 많고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온라인상에서는 비회원에게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최근 "옥션 사태 등의 근본원인은 (정보통신 사업자의) 과도한 개인정보의 수집에 있는 만큼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해 개인정보의 수집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실련·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시민모임·한국YMCA전국연맹도 지난해 10월 성명을 내고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본래 수집목적과는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텔레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함으로써 공공연히 소비자의 개인정보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심지어 계약 시에 소비자가 제공하는 개인정보가 다른 재화나 서비스를 홍보하거나 판매를 권유하는 행위에 사용하는 데 동의할 것을 강제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모든 행위는 개인정보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팅크웨어와 같이 개인정보취급방침에서 신용카드, 은행계좌 등 개인의 금융정보를 수집항목으로 명시한 업체는 현대유비스, 파인드라이브(상품 구매 등으로 한정) 등이다. 그러나 아이스테이션, 아이리버, 엑스로드 등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 등 필수적인 정보 외에 금융정보 등은 수집항목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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