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최민수를 '죄민수'로 만들었나?

[언론비평] 언론 '최민수 노인폭행사건' 땐 떠들썩 보도, 무혐의 때는 '조용'

등록 2009.02.09 18:41수정 2009.02.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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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스페셜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 편.
MBC 스페셜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 편.MBC 화면 캡쳐

297 대 16.

지난해 영화배우 최민수씨의 노인폭행 사건의 처음과 끝을 다룬 언론보도의 숫자다. 그의 폭행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4월 24일 '네이버'에 송고된 '최민수' 관련 기사는 297건. 그의 무혐의 사실을 전한 지난해 6월 27일의 언론 보도보다 18배나 많다.

소문으로 고통 받은 사람들을 다룬 지난 8일 밤 MBC 스페셜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 편이 화제가 되면서, 최씨를 루머의 희생자로 만든 언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언론은 최씨의 폭행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보도하면서 무혐의 처분에는 입을 닫았다.

다음은 MBC 스페셜의 문제제기다.

"얼마 전 신문 한 귀퉁이에서 의외의 발견을 했습니다. 사건의 파장에 비해 초라한 자리. 연일 떠들어댔던 대중의 기대를 저버린 결말, 우리는 지금 소문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최민수의 주장은 지나치고, 피해 노인의 주장은 강조하고

MBC 스페셜은 최민수씨의 노인 폭행 사건을 다룬 자사의 <뉴스데스크>를 배경으로 "보도는 흥미진진했고, 소문은 살벌했다"며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우선 그의 폭행 사건을 다룬 MBC의 보도태도를 살펴보자.


MBC <뉴스데스크>는 최씨의 노인 폭행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진 지난해 4월 24일 이를 단신으로 다뤘고, 이튿날인 25일엔 비중있게 다뤘다. 신경민 앵커는 '활극', '죄민수'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이 사건을 소개했다.

"최민수씨가 백주대로에서 활극처럼 70대 노인을 때리고 차에 매단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사건이 커지자 최씨는 사죄 회견을 열었지만 거짓말 시비에 휩싸이면서 죄민수가 될 수도 있게 됐습니다."


방송은 "최민수씨가 폭언을 했습니다", "(피해자) 유씨를 밀어 넘어뜨렸습니다", "유씨를 차 앞부분에 매단 채 2~300미터를 운전해 나갔습니다", "유씨는 흉기로 위협까지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등 피해자의 주장만 주로 전달했다.

최씨와 유씨 두 당사자를 제외하고 방송에서 인터뷰한 2명은 "(최씨가) 계속 반말로 욕을 하면서 칼을 운전석 옆자리에서 딱 꺼냈다"고 주장한 목격자와 피해자 가족이었다. 방송은 유씨의 진술이 왜곡되고 과장됐다는 최씨의 주장은 지나쳤다.

자극적인 기사에 쏟아지는 악플과 욕설

무릎꿇고 눈물 훔치는 최민수 배우 최민수씨가 지난해 4월 24일 밤 신사동 현진시네마에서 지난 21일 70대 노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에 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닦고 있다.
무릎꿇고 눈물 훔치는 최민수배우 최민수씨가 지난해 4월 24일 밤 신사동 현진시네마에서 지난 21일 70대 노인을 폭행하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에 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홍기원
다른 방송도 MBC의 보도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24일 KBS <뉴스 9>는 "평소에도 터프가이로 유명한 배우 최민수씨, 그동안 몇 차례 폭행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며 방송에 최민수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다.

몇몇 언론은 '최민수 vs 유씨 누구 말이 맞나, 흉기사용여부 등 쟁점' 등의 제목으로 비교적 양쪽의 입장을 공정하게 전했지만, 최씨의 폭행사건을 자극적으로 다룬 언론이 더 많았다.

"최씨가 폭행 위협했다"는 단정적인 제목을 단 곳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최씨가 불구속 입건됐다는 주요 신문은 방송과 마찬가지로 유씨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최씨의 주장보다는 "발로 밟았다"는 유씨의 주장을 더 크게 보도했다.

당시 <한국일보>는 인터넷 판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을 인터뷰한 기사에 "명백한 살인미수 최민수 절대 용서 못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다. 서울신문은 '최민수씨 70대 노인 폭행·흉기 위협'이란 기사가 인터넷에서는 "최민수, 대낮 폭거"라는 제목으로 노출되도록 했다.

이런 탓에 관련 기사 댓글은 최씨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죽어라", "살인미수다", "할복하라" 등 입에 담지 못할 악플·욕설이 쇄도했다. "언론이 마녀사냥을 한다"는 일부 댓글에도 수많이 악플이 달렸다.

무혐의 후 입닫은 언론... 누리꾼들 "한 사람 우습게 죽이는 언론들"

최민수씨의 혐의를 단정 지어 보도한 언론과는 달리, 최씨는 2008년 6월 26일 검찰로부터 증거불충분을 통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튿날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폭행사건을 떠들썩하게 보도했던 일부 언론은 이를 단신으로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등 방송과 주요 일간지에서는 최씨의 무혐의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MBC 스페셜에 따르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팀의 설문조사 결과, 설문대상자의 86.1%가 최민수씨의 노인 폭행 사건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무혐의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한 이들은 조사대상자의 31.5%에 불과했다.

방송에서 최씨의 친구는 무혐의 처분에도 최씨가 은둔생활을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 워낙 말 많은 세상이니까, 저렇게 처박혀 있는 게 본인으로선 낫다고 생각하니까 7개월 넘는 시간까지 저렇게 고독스럽게 있지 않을까요?"라고 밝혔다.

이날 방송 후, 관련 게시판과 기사에는 "최민수씨 오해했습니다, 미안합니다"는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엔 언론을 비판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아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의견을 남긴 아이디 '해바라기'의 글이다.

"그 바닥을 모르니, 남의 불행이 언론사들의 행복이고 기자들의 로또인 것을. 그걸로 먹고 사는지 모르는 국민들. 유명인들이 개입된 사건엔 벌떼들처럼 나타나서 하이에나가 되는 그들, 왜? 장사가 되니까. 서론 다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몰아서 한 사람 우습게 죽이는 그들."
#최민수 #최민수 노인폭행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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